[여의나루] 靑 ‘퍼스트 펫’ 홍보 못하는 까닭?

입력 2013-11-21 05:31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에서 키우는 진돗개 새롬이·희망이(사진)의 소식이 지난 7월 이후 끊겼다. 대통령의 반려동물이라는 의미에서 ‘퍼스트 펫(first pet)’으로 불리는 강아지 두 마리는 정치에 무관심한 국민들에게도 인기가 좋은 편이라고 한다. 홍보 측면에서 큰 효과가 예상되지만 청와대가 선뜻 공개하지 못하는 속사정이 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2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여야 대치정국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키우는 개의 근황을 알린다는 게 너무 한가해보일까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야당이 박 대통령을 겨냥해 정치 현안에 대한 비판과 요구를 쏟아내는 상황에서 퍼스트 펫을 이용한 홍보가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새롬이와 희망이는 특히 초등학생과 젊은 여성층에게 인기가 많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월 트위터에 직접 “새롬이와 희망이는 출퇴근할 때마다 나와서 반겨준다”며 “기회가 되면 커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적은 바 있다. 지난 6월에는 정식 반려동물로 등록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박 대통령과 자주 보는 인사들을 향해 강아지들이 꼬리를 흔든다는 의미로 ‘실세인증견’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돌기도 했다.

퍼스트 펫을 이용한 홍보가 드문 배경에는 박 대통령 스스로 ‘쇼’를 좋아하지 않는 측면도 크다. 딱딱한 정치적 이슈가 아닌 소소한 일상을 전하는 행동도 자칫 정치적 쇼로 비칠 수 있어서다. 지난 13일 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두루미, 북극곰, 돌고래 등 온갖 동물과 함께하는 사진을 공개했다가 매번 연출된 쇼라는 비판에 시달렸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