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거품론 vs 낙관론 미국·한국 모두 일단 숨고르기 중

입력 2013-11-20 18:07 수정 2013-11-20 22:14


올 들어 승승장구한 미국 증시를 두고 경제 전문가들의 설전(舌戰)이 뜨겁다. 양적완화(QE) 출구전략 시행을 앞두고 ‘거품론’과 ‘낙관론’이 맞서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는 내년 상고하저를 예상하며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지만 미국 증시에 대한 확신 부족으로 설득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거품론 논란을 지핀 이는 월스트리트의 기업사냥꾼으로 유명한 전문 투자자 칼 아이칸이다. 그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로이터 글로벌 투자 전망회에 참석해 “주가가 오른 이유는 경영 성과가 좋아서라기보다는 저금리로 자금 조달이 쉬워졌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주가 상승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돈의 힘으로 밀어올린 ‘유동성 증시’의 착시현상이라는 지적이었다. 아이칸은 “시장이 과대 평가된 만큼 향후 증시는 큰 폭 하락(big drop)이 우려된다”고도 말했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아이칸의 발언을 즉각 반박했다. 그는 19일(현지시간)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주식시장은 저평가돼 있지도 않지만, 분명히 고평가돼 있지도 않다”며 “주식에 대해 여전히 매수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5년이나 10년 뒤라면 주가가 지금보다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우리 증시는 일단 낙관론에 동조하기보다 거품론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나스닥종합지수는 최근 2거래일 연속 하락했고, 코스피지수도 20일 상승 랠리가 끝났다. 내년 상고하저를 전망하며 매수를 권하는 금융투자업계는 미국 증시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의 회복은 미국 경제 회복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마저 ‘미국 경제가 최대 위협’이라고 공언했다”며 “지수 하락과 거래 부진을 일으킬 수 있는 불가항력은 양적완화 출구전략과 미국 증시”라고 말했다. 실제로 주요 증권사들이 내년 코스피지수가 2250∼2500포인트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지만 시장 안팎에서는 “상승 동력을 찾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