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계는 ‘경기 비관론’… 투자보다 유보, 소비보다 저축

입력 2013-11-20 18:06

정부는 경기가 나아진다고 하지만 기업과 가계의 경제활동은 여전히 경기침체기의 성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은 경기회복 의구심에 선뜻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고, 가계 역시 없는 살림에 허리띠를 졸라매며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고 있다. 정부의 경기 낙관론과 기업, 가계의 비관론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20일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10대 그룹의 금융사를 제외한 82개 상장 계열사의 사내유보금은 477조원(6월 말 현재)으로 2010년 말(331조원)에 비해 43.9% 늘었다. 이에 따라 사내 유보율도 1476%에서 1668%로 상승했다. 사내유보금은 기업의 당기이익금 중 세금과 배당 등으로 지출된 금액을 제외하고 쌓아놓은 잉여금이다. 이 같은 현상은 대기업들이 벌어들인 돈을 쌓아놓기만 하고 신규 투자에 인색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 우리 경제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올 3분기 1.2% 증가했지만 2분기까지 5분기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전체적으로도 -2.5%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기업들이 심리적으로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확신을 아직 갖지 못하는 것 같다”며 “솔선수범해야 할 대기업들이 오히려 유보금을 쌓아놓기만 할 뿐 쓸 줄 모른다”고 말했다.

가계 역시 움츠러들고 있다. 경제가 회복되고 소득이 늘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 보니 소비보다는 저축에 힘쓰고 있다. 통계청의 ‘2013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가구의 평균 소득은 올해 4475만원으로 전년(4233만원)보다 5.7% 늘었지만 평균 소비지출은 2307만원으로 전년(2302만원)보다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가구당 평균 저축액은 1년 새 5910만원에서 6343만원으로 7.3% 급증했다. 현대경제연구원 김민정 연구위원은 “가계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탓에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고 있다”며 “고령화, 일자리 불안, 전셋값 상승이 저축을 늘리는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