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크 주중 美대사 사의표명 “이유 뭘까” 궁금증 증폭

입력 2013-11-20 18:07 수정 2013-11-20 22:42


게리 로크(63·사진) 중국 주재 미국대사가 20일 오전 발표한 성명을 통해 내년 초 대사직을 그만둘 것이라고 밝혔다고 국무원 직속 통신사인 중국신문사가 전했다.

그는 자신의 이러한 결정을 이달 초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공개했으나 사임 배경이나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대사직을 물러난 뒤 가족과 함께 워싱턴주 시애틀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로크 대사는 성명에서 주중 대사직은 자신에게 ‘일생의 영예’였다며 “앞으로 미·중 양국 지도자가 협력을 증진함으로써 이견을 충분히 좁힐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그는 2011년 8월 부임 당시 배낭을 직접 멘 채 가족들과 함께 베이징 서우두(首都)공항에 나타나는 등 서민적인 행보를 계속해 중국 네티즌들의 찬사를 받았다. 이는 거꾸로 부패한 중국 관리들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져 중국 정부로서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그는 중국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베이징의 초미세먼지(PM 2.5) 농도를 미 대사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해 왔고 소수민족 문제 때문에 ‘화약고’로 불리는 신장위구르자치구와 티베트자치구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처럼 미국의 국익을 철저하게 관철하는 태도를 보여 중국 정부에는 골치 아픈 존재로 통했다. 중국 외교부는 그러나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사임하는 로크 대사에게 찬사를 보냈다.

특히 부임한 지 채 반년도 되기 전인 지난해 2월 초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시 공안국장이 쓰촨성 청두에 있는 미 총영사관으로 도피했던 사건은 그에게 ‘엄청난 압박’을 느끼게 했다. 그는 당시를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으로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회고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보시라이(薄熙來) 사건’의 출발점이었다.

그는 주중 대사를 맡기 전 워싱턴주 주지사에 이어 상무장관을 역임했다. 그는 1950년 시애틀에서 태어났으나 조상의 고향은 광둥성 타이산(臺山)으로 화교 3세다. ‘뤄자후이(駱家輝)’라는 중국 이름을 갖고 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