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법원, 장쩌민 체포영장

입력 2013-11-20 18:07 수정 2013-11-20 22:43

티베트에서 1980∼90년대 대량학살을 한 혐의로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해 리펑(李鵬) 전 총리 등 5명의 고위 공무원에게 스페인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AP통신 등은 19일(현지시간) 장 전 주석 등이 티베트에서 대량학살을 저지른 혐의가 있다며 티베트를 지지하는 단체 2곳과 개인 1명 등이 고발한 사건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보도했다. 법원은 장 전 주석 등이 학살에 참여한 징후가 있다며 영장 발부 이유를 밝혔다.

체포영장이 발부된 중국의 고위직 인사에는 차오스(喬石) 전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티베트자치구 당서기였던 천쿠이위안(陳奎元) 중국사회과학원장, 펑페이윈(彭佩云) 전 국가계획생육위원회 주임 등이다.

스페인 법률은 자국 국적을 가진 피해자가 있을 경우 해외에서 일어난 인권 침해도 국내법에 따라 재판할 수 있다는 ‘보편적 재판관할권’ 원칙을 택하고 있다. 이번의 경우 티베트를 탈출한 스페인 국적의 승려와 티베트 지지단체 2곳이 2006년 장 전 주석 등을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법원 결정에 따라 장 전 주석 등이 스페인 법정에 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다만 스페인과 범죄인 인도협정을 맺은 국가에서는 체포영장의 효력이 발생할 수 있다.

칠레의 독재자였던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전 대통령이 스페인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에 따라 98년 영국 런던에서 체포된 적도 있었다.

지난달에는 스페인 법원이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에 대해서도 티베트 대량학살에 관여했다며 체포영장을 발부했었다. 아란 칸토스 티베트 지지위원회 회장은 “쉽지 않지만 큰 수확”이라며 기뻐했다.

외신들은 법원의 결정으로 스페인이 중국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티베트 문제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중국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불쾌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훙레이 외교부 대변인은 “스페인에 대해 중국의 엄정한 입장을 직시해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고 양국 관계가 손상된 것을 만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