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위기 외교서 돌파?… 올랑드의 나홀로 행보

입력 2013-11-20 18:07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독자적 외교 행보’가 당면한 국내 정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악화된 국내 경제 사정 등으로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국민 관심을 외교 문제로 분산시키고, 국제사회 이슈에 대해 소신 있는 모습을 내비치는 효과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올랑드 대통령은 세금 인상 등 그동안 추진해 온 정책이 잇달아 실패하면서 위기에 봉착했다. 재정 지출을 줄이고 세금을 늘리는 내년도 긴축 예산안이 국민의 강력한 반발을 사자 일부 정책을 백지화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보였다. 최근 지지율마저 급락해 ‘프랑스 역사상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썼다. 여론조사 기관 BVA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올랑드 대통령의 지지율은 26%에 그쳤다. 1981년 조사 이후 현직 대통령 지지율로는 가장 낮은 것이다.

그러나 외교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 7∼10일 이란과 ‘P5+1(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의 핵 협상에서 이란의 선(先) 핵포기가 담보돼야 한다는 단호한 입장을 고수해 타결 전망이 높았던 협상을 막판에 저지시켰다. 올랑드 대통령은 최근 협상 타결을 위해 이란이 약속해야 할 4가지 조건을 제시하는 등 한층 더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어 20일 시작된 추가 협상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올랑드 대통령은 내전 상황인 말리에 지난 1월부터 프랑스군을 보내 반군 소탕작전을 진행 중이다. 미국과 영국은 파병하지 않았다. 그는 2년8개월째 진행 중인 시리아 내전 사태에 대해서도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의 책임”이라며 시리아 정부를 압박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8일(현지시간) 올랑드 대통령이 ‘뚝심 외교’로 두각을 나타내는 것에 대해 국내 정치에 화난 국민들의 관심을 외부로 돌리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각종 외교 이슈에 대해 국민들이 지지할 만한 입장을 소신껏 주장하는 모습이 지지율 상승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파리 소재 전략연구재단(FSR)의 프랑수아 하이스버그는 “(올랑드 대통령이) 외교에 치중하는 것 때문에 국내 문제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의 전임자(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가 여론을 얻기 위해 취했던 방식과 같다”고 말했다.

NYT는 국내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으로 극우정당이 지나치게 세력화되는 것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가 전통적으로 추구해 온 정치적 노선이 틀어질 수 있고, 인종차별 등의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국민전선(FN) 정치인이 흑인인 크리스티안 토비라 프랑스 법무장관을 침팬지에 비유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NYT는 “특별한 이슈가 없는 ‘정치적 진공상태’가 이어질 경우 보수화가 빨라질 수 있다”며 “많은 전문가들이 올랑드 대통령의 적극적인 외교를 지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