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 적자 놓고 진실 공방… 손보사 “손해율 86%… 보험료 인상해야”
입력 2013-11-20 17:52 수정 2013-11-20 22:48
‘위기인가, 엄살인가.’
자동차보험 적자를 둘러싸고 손해보험사들과 소비자단체 간 시각차가 크다. 손보사들은 적자가 갈수록 쌓여 당장이라도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보험 소비자단체는 회계 과정에서 적자로 보이게끔 한 것이지 실제로는 여전히 흑자를 누리고 있다고 반박한다.
20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올 상반기(4∼9월) 86.0%로 전년 동기(80.3%)보다 5.7% 포인트 상승했다. 손해율은 보험회사가 걷은 보험료 가운데 교통사고 등으로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로 80%가 넘으면 이상신호로 여겨진다. 금감원에 따르면 상반기 손해보험사의 당기 순이익은 1조118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5.5%(3834억원) 감소했다. 손해보험 업계는 2001년 이후 현재까지 누적적자가 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본다.
손보사들은 수리비 증가로 인한 보험 지급금 증가를 적자 누적 원인으로 꼽는다. 강병도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실장은 “수입차가 늘면서 수리비가 급격히 불어나고 있다”며 “수입차 사고로 지급한 보험금이 2011년 5224억원에서 지난해 6541억원으로 25% 뛰었다”고 분석했다. 수입차로 인해 늘어난 자동차 렌트 비용도 문제다.
손보사들은 당장이라도 손해만 보는 자동차보험의 구조를 뜯어 고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손해율이 큰 만큼 요율을 고쳐 궁극적으로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 당국도 손보사들의 고민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다만 물가상승을 우려해 정비요금을 합리화하고 손해율이 높은 외제차의 자차보험료를 인상하는 방안 정도만을 고려 중이다.
반면 보험소비자협회 등 민간단체들은 손보사들이 지나치게 엄살을 부리고 있다고 말한다. 손보사 적자가 보험회계처리 계정 과목에 따른 보험영업 손실이지 실제 손해를 크게 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보험사가 고객으로부터 받은 자동차 보험료와 지급한 보험금만을 따지면 충분히 이익을 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미숙 보험소비자협회장은 “고객이 낸 보험료만 따진 지급률은 72.1%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27.9%의 보험료는 모집인, 보험사 부대사업비 등으로 쓰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험사의 문제는 사업비를 보험료 손실에 포함시키는 회계처리 기준에 있다”며 “보험사들이 앓는 소리를 할 게 아니라 손실률을 줄이기 위한 자구노력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손보협회 관계자는 “사업비율이 23% 수준 정도로 외국보다 낮다”며 “보험료로 나가는 돈이 많은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진삼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