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도 ‘K팝스타’ 오디션 보듯… 우수中企 한데 묶어 인재 동시 캐스팅
입력 2013-11-20 17:58
교복을 입은 앳된 얼굴의 학생들, 정장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경직된 표정의 청년들이 차례로 들어왔다. 이들은 인사를 한 뒤 자리에 허리를 곧게 펴고 앉았다. “떨지 말고 편하게 하시면 됩니다”란 말이 들려왔지만 긴장감은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다. 5개 기업 담당자들은 지원자들에게 해당 직무에 대한 포부와 자신의 강점 등을 물었다. 지원자들은 한 장의 이력서만 제출하고 원하는 직무 또는 업종의 회사 5곳과 한 번에 면접을 봤다. 지원자가 기업체 한 곳에서 면접을 보는 전통적인 방식을 벗어난 파격적이고 효율성을 강조한 첫 시도로 관심을 끌었다. 30분에 걸친 면접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지만 지원자들의 굳어 있던 얼굴은 면접장을 나가서야 풀어졌다.
20일 서울 공덕동 신용보증기금 본사에서 신보가 추천하는 ‘밸류스타(Value star·일하기 좋은 기업) 기업 취업 오디션’이 열렸다. 이번 행사에는 60여개 밸류스타 기업이 참여해 대학 및 특성화고 졸업(예정)자 중 취업 희망자들을 상대로 면접을 진행했다. 이날은 업종별로 3∼5개 기업으로 묶인 7개 그룹이 면접을 실시했다.
밸류스타 기업은 매출액, 신용등급 등 재무 안정성 및 기업 가치를 고려해 신보가 선정했다. 이번엔 그중에서도 급여, 복지 수준 등이 양호하고 실제 채용 의사가 있는 곳들이 참여했다는 게 신보 측의 설명이다.
올해 처음으로 진행된 취업 오디션은 취업시장 내 미스매치를 해결하기 위해 기획됐다. 대기업 입사 시험은 ‘고시’로 불릴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고 지난달 청년실업률(15∼29세)은 7.8%에 달할 정도지만 중소기업들은 함께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걱정하고 있다. 이에 신보가 중소기업에 대한 정보를 얻기 힘들었던 구직자들에게 우수 중소기업을 소개하고 기업은 취업을 희망하는 지원자들을 만날 수 있는 장을 마련한 것이다.
취업 오디션에 참여한 ‘켐리치’ 차광재 대표는 “인터넷을 통해 사람을 뽑으려 했는데 영업 쪽 인력을 구하기 힘들어 이번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비슷한 직종의 기업들이 그룹으로 묶여 면접을 진행하니 우리 기업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도 면접을 보면서 관심을 가질 수 있어 지원자뿐 아니라 기업 입장에서도 좋은 방식인 것 같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취업 사이트를 통해 이번 행사를 알고 참여한 차모(25)씨는 “여기 와서 좋은 역량을 가진 중소기업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며 “대기업 취업도 좋지만 발전 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에서 회사와 함께 성장해 나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보 관계자는 “전날 면접 직후 10명을 뽑은 기업도 있다”며 “특성화고 학생들의 참여도 높고 일부 대학에서는 차를 빌려 20∼30명이 한꺼번에 면접을 보러 오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현장에서 실질적 면접과 채용이 이뤄지는 자리가 확대되면 실업률 해소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신보는 19∼20일 진행된 서울·경기지역의 면접 일정을 마치면 다음달 15일까지 기업에 실제 채용 여부를 확인하고 이번에 채용된 신입직원을 대상으로 신보 차원의 신입사원 연수도 시행할 계획이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