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생명’ 응급환자 병원간 핫라인 만든다

입력 2013-11-20 17:50 수정 2013-11-20 22:12

40대 후반의 남성 A씨는 밤 10시쯤 갑작스러운 두통으로 가까운 동네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A씨의 뇌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를 한 의사는 뇌출혈이 있다며 큰 병원에서 수술받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응급실에서 약 1시간 동안 인근 대학병원 3곳에 연락했지만 신경외과 당직 전공의들은 중환자 병실이 없다는 이유로 환자를 받을 수 없다고 했다. 결국 A씨는 밤 11시20분쯤 병실이 없다던 병원들 중 10분 거리의 B대학병원 응급실로 무작정 찾아갔다. B대학병원은 그때서야 신경외과 당직 전문의를 호출했고 A씨는 자정쯤 응급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만약 처음부터 수술 맡을 당직 전문의와 연락이 닿았다면 A씨의 수술 시간은 좀 더 당겨졌을 것이다.

앞으로는 응급의료기관과 전문의 간 ‘전원(轉院) 전용 핫라인’이 개설돼 응급수술 등이 필요한 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일이 줄어들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전국 시·도별 응급의료기관에 전원 전용 수신번호를 설치하고 응급상황 책임자나 당직 전문의에게 휴대전화도 지급해 응급상황에서 이들과 직접 연락, 환자 수용 여부 등을 신속히 결정토록 할 방침이라고 20일 밝혔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응급의료센터에서 진료받은 환자 497만명 중 약 7만명(1.4%)이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중 2만7000여명은 응급수술 불가 등의 이유로 후속 치료를 위해 옮긴 경우였다. 2만7000여명 가운데 5700여명은 한 번 병원을 옮겼다가 다시 다른 병원을 찾아가야 했다. 매일 15명꼴로 환자들이 수술해줄 의사를 찾아 이 병원, 저 병원 전전하고 있는 셈이다. 전원 환자는 비전원 환자보다 사망률이 4배나 높다. 실제 응급실을 전전하다 숨지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현재 병원별 응급전화는 의료진은 물론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고 전화받는 사람이 수술 등의 결정권이 없는 전공의(인턴·레지던트)나 간호사인 경우가 많아 응급환자 수용 여부 확인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핫라인을 통해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한 사람이 전화를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10월 현재 전국 응급의료기관 438곳 중 375곳이 핫라인 구축에 참여해 총 629개 회선(유선 404개, 무선 225개)이 설치됐다. 그 가운데 전문의 전원 전용 핫라인 휴대전화는 모두 110개다. 복지부 관계자는 “특히 흉부외과 신경외과 등 응급수술이 많은 분야 전문의와 전용 전화번호를 응급의료기관별로 리스트화해 각 의료기관에 배포하고 공유토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병원 간 직접 연락으로 응급환자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우면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서 의료기관을 안내받도록 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