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2개社가 나눠먹는 술병뚜껑 시장

입력 2013-11-21 05:26


소주와 맥주 병뚜껑에는 ‘납세필’ 표시가 돼 있다. 국내 주류업체는 이 ‘납세병마개’를 부착하는 것으로 술 관련 세금 납부를 증명한다. 세계에서 유일한 주세 정책이다. 캔·종이팩·도자기 용기에 담긴 주류는 자동계수기 등 다른 방식으로 증명하지만 납세병마개 사용이 가장 많이 쓰인다.

최근 국세청은 내년부터 5년간 납세병마개를 취급할 수 있는 업체로 두일캡과 영진SP공업, 현우기술연구를 지정했다. 기존 지정업체 4곳(삼화왕관·세왕금속·CSI코리아·신성이노텍)에 3개사가 추가된 것이다. 국세청은 “내년부터 막걸리에도 납세증지 부착이 의무화됨에 따라 병마개 업체를 추가 지정했다”고 밝혔다.

지정업체 수가 많아져 일견 경쟁체제가 뚜렷해진 것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 전체 병마개 수요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금속·알루미늄 캡은 삼화왕관과 세왕금속만 생산한다. 2010년 이후 지정된 나머지 5개 업체는 수요가 적은 플라스틱 캡만 취급한다.

삼화왕관은 납세병마개 제도가 시작된 1972년부터, 세왕금속은 85년부터 지정됐다. 두 회사가 오랜 세월 시장을 독식해온 것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국세청은 2010년 CSI코리아, 2011년 신성이노텍을 추가했다. 하지만 새로 진입한 업체들은 플라스틱캡만 생산하기 때문에 시장의 대부분을 기존 두 업체가 장악하는 구조는 변함이 없다. 금속·알루미늄캡 사업자를 추가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요건만 맞으면 지정해줄 텐데 신청하는 업체가 없다”며 “설비가 많이 필요한데 수요가 줄고 있는 시장이라 진입을 꺼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삼화왕관과 세왕금속은 국세청 퇴직자들이 대거 재취업하는 곳이다.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부적절한 재취업”이라는 지적을 받지만 특별히 시정된 것은 없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