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LIG손보 인수설 탄력… 메리츠도 눈독

입력 2013-11-20 17:52 수정 2013-11-21 00:05


LIG그룹이 핵심 계열사인 LIG손해보험을 매각키로 하면서 손해보험 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KB금융지주와 NH금융지주가 뛰어든 우리투자증권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본다. 기존 손보사 가운데 업계 5위인 메리츠화재가 4위인 LIG손보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성공할 경우 일약 업계 2위로 떠오를 수 있어 보험업계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현대증권은 20일 금융지주사가 LIG손보 인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경우 매력적이라고 분석했다. 이태경 현대증권 연구원은 “현 정부의 금산분리 강화 기조를 보면 제조업 계열 회사가 LIG손보를 인수할 가능성은 낮다”며 “손해보험이 없는 금융지주사나 한국금융지주가 인수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타당하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동종업계에서 인수하면 지급여력비율(RBC)이 하락하기 때문에 추가 유상증자를 해야 한다”며 “보험업계가 인수하기보다는 은행이나 증권 지주사가 최적”이라고 봤다.

유진투자증권 서보익 연구원도 “KB금융이나 신한금융처럼 손해보험업이 없는 금융그룹이나 자본력이 풍부한 산업계에 LIG손보가 인수되면 인수자와 피인수자 모두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 연구원은 “그동안 손해보험업에 진출하려는 수요가 많았지만 라이선스가 제한적이어서 과점적 경쟁체제가 유지됐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금융지주사들은 보험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KB금융의 경우 실패하기는 했지만 지난해 말까지 ING생명보험 한국법인 인수에 공을 들였었다. 당시 인수 과정에 참여했던 KB금융 관계자는 “보험업만큼 금융산업에서 안정적 수익원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KB금융이 우리투자증권 인수에 나서고 있어 실현 가능성이 문제다.

손보사들이 직접 뛰어드는 경우도 배제하기 어렵다. 손보사 중 총자산 4위인 LIG손보를 인수할 경우 단숨에 손보업계의 판을 뒤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2위인 현대해상, 3위인 동부화재가 인수하는 경우 만년 2위에서 삼성화재를 제치고 업계 1위로 뛰어오를 수 있다. 이 가운데 5위인 메리츠화재가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LIG손보를 업고 2위 자리로 오를 수 있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꾸준히 순이익을 내는 LIG손보 같은 경우는 누가 봐도 매력적”이라며 “업계 강자가 되기 위해 손보사들이 인수전에 뛰어드는 일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LIG손보가 확보하고 있는 범LG그룹의 보험 물량이 연간 5000억∼7000억원에 달하는 것도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대주주 리스크가 사라진 덕에 LIG손보 주가는 이틀 연속 상승세다. 이날 LIG손보는 2.79% 오른 3만1300원에 마감했다. 증권사들도 잇따라 목표주가를 대폭 상향하고 있다. 김태현 NH농협증권 연구원은 목표주가를 2만8000원에서 3만9000원으로 올렸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목표주가를 3만1000원에서 3만8000원으로 상향했다. 그는 “어떤 대주주가 들어설지에 따라 영향이 다르겠지만 소액주주를 둘러싼 상황은 긍정적일 것”이라며 “높은 수익성과 성장성 덕분에 잠재 매수처가 넓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