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이어 손보까지… 범 LG그룹, 금융 인연없나

입력 2013-11-20 17:52 수정 2013-11-21 00:07

금융서 완전 철수… 삼성·현대와 대조적

범(汎) LG그룹 주력 계열사 중 금융사가 자취를 감췄다. LG그룹이 LG카드 사태로 금융에서 철수한 지 10년 만에 LIG손해보험마저 구(具)씨 일가의 손을 떠나게 됐기 때문이다. 삼성·현대기아차그룹이 굵직한 금융계열사들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금융계에선 “범 LG가와 금융의 질긴 악연이 재연된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LIG손보는 LG그룹 창업주인 고(故) 구인회 회장의 첫째 동생인 고 구철회 창업고문의 2세들이 LIG그룹을 일으키는 데 모체가 됐던 계열사다. 구철회 고문의 장남인 구자원 LIG 회장은 1999년 LG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가 된 LIG손해보험(당시 LG화재)을 기반으로 LIG투자증권·LIG 자동차손해사정을 설립했다.

구 회장은 2006년 LG화재에서 LIG손보로 사명을 바꾸며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이란 비전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리한 건설업 진출이 모체 기업을 벼랑으로 밀어붙였다. 건설경기 침체로 LIG건설의 부실이 심해졌고, 구 회장은 최근 LIG건설 기업어음(CP) 투자자에 대한 피해보상 자금 마련을 위해 자신과 가족이 보유하고 있는 LIG손보 주식 전량을 매각키로 결정했다.

LIG손보를 매각하면 자회사들도 그룹에서 제외될 공산이 크다. LIG손보는 LIG투자증권 지분 82.35%, LIG자동차손해사정 등의 지분 100%를 갖고 있다.

LG그룹도 1990년대까지 전자, 화학과 더불어 금융을 3대 사업 분야로 꼽을 정도로 금융에 공을 들였다. 특히 업계 1위까지 올라갔던 LG카드는 한때 LG그룹의 자랑이었다. 하지만 영광은 잠시였다. 2003년 하반기부터 내수경기 침체로 인한 연체율 증가로 현금부족 사태를 겪기 시작한 LG카드는 같은 해 11월 급기야 4시간 현금서비스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LG카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채권단이 지원할 2조원에 대한 대가로 LG투자증권 주식을 담보로 제공했다. 이후 2004년 LG투자증권은 LG그룹에서 우리금융그룹으로 매각돼 우리투자증권이 됐다. 우리투자증권은 현재 매물로 나와 또 다른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또 신한금융지주는 2007년 채권단 관리 하에 있던 LG카드를 6조6000억원에 인수했다.

구인회 창업주의 동생들이 계열 분리해 만든 LS그룹도 LS자산운용을 보유하고 있다. 또 LS네트웍스가 2008년 사모투자펀드(PEF)를 통해 사실상 인수한 이트레이드증권도 있으나 둘 다 주력 계열사로 보긴 어렵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범 LG그룹에서 금융사가 사라진 것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금융사 보유에 대한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내놓는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카드사태 때 삼성카드 등 다른 카드사들은 모그룹이나 모은행에서 유동성을 지원해 살아남았지만 유독 LG만 금융계열사를 채권단에 넘겼다”며 “LIG그룹이 LIG손보를 매각키로 한 것 역시 비슷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