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즈버그 연설 150주년] 오바마는 왜 안 갔을까… 심리적 부담 느껴 불참한 듯
입력 2013-11-20 17:56 수정 2013-11-20 22:26
버락 오바마(사진)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의 게티즈버그 연설 150주년 기념식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150주년이란 숫자상의 의미도 커 참석 기대가 높았지만 끝내 불참했다. 미 언론은 오바마 대통령의 ‘부재’를 놓고 쑤군덕댔다.
우선 오바마 대통령이 마틴 루서 킹 목사와 더불어 링컨 전 대통령을 미국 역사에서 가장 존경하는 두 사람으로 꼽았던 데다 링컨 전 대통령이 흑인 노예해방을 선포한 후 당선된 첫 흑인 대통령으로서 그의 불참을 수긍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또 최근 여러 가지 정치적 곤경에 처한 터라 국민에게 메시지를 던지기도 좋은 시점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칼럼에서 “미국은 현재 파란색(민주당)과 빨간색(공화당)으로 나뉘어 있다고 할 정도로 정치가 대립과 반목의 상태인데, 국민들은 국가통합의 의미를 설파한 게티즈버그 연설 기념식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통합의 메시지를 전달하길 기대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악관은 대통령의 불참 이유를 뚜렷이 밝히지 않았다. 대신 오바마 대통령의 손글씨로 된 성명을 내놨다. 링컨 대통령의 게티즈버그 연설문과 똑같은 272단어의 짤막한 성명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링컨 대통령은 평범한 남녀노소의 노력과 희생이 자유를 지켜온 원동력임을 잘 이해했던 분”이라며 “그의 연설은 모든 시련을 이길 수 있는 자신감을 주며, 앞으로도 이 나라와 자유를 위해 잘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오전에는 민주당 의원 등을 만나 이란 핵협상 문제를 논의했고, 오후에는 기업인 연례회의에 참석했다.
일각에선 시리아 화학무기, 연방정부 폐쇄, 국가안보국(NSA) 도청, 오바마케어 졸속 추진 등 연이은 악재가 심리적·정치적 부담을 줘 게티즈버그로 향할 여유가 없었을 거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또 역대 대통령들도 참석이 드물어 전례에 따른 것일 뿐이라는 관측도 있다.
링컨의 연설이 있었던 1863년 이후 게티즈버그 연설 행사를 찾은 미국 대통령은 총 24명에 불과하다. 링컨은 후대 대통령에게 존경의 대상이면서 한편으로는 거리를 둬야 할 대상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링컨처럼 명연설을 하기 쉽지 않은 것도 이유로 꼽힌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게티즈버그 연설 100주년을 맞은 1963년 게티즈버그 국립묘지를 방문했으나 아무런 발언도 하지 않았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