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장 음악극 형식 콘서트 아십니까
입력 2013-11-20 17:25
무대 위엔 낡은 책상과 소파, 기타와 건반, 단출한 드럼 세트가 설치 돼있다. 접이식 침대와 전신 거울, 작은 냉장고도 한 편에 자리한다. 조명은 어둑하고 분위기는 쾨쾨한 것이 여느 가난한 뮤지션의 작업실 같다.
전형적인 연극 무대처럼 보이지만 이 곳은 싱어송라이터 이지형(35)의 콘서트 장이다. 지난 14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서울 명륜1가 선돌극장에서 공연되는 ‘이지형 더 홈(The Home)’은 음악극 형식의 콘서트. 출연진은 이지형, 그리고 함께 활동하는 연주멤버 강민석(33·드럼), 임영조(34·건반)다.
이들은 뮤지션을 꿈꾸는 30대 청년들의 ‘찌질한’ 삶을 생생하게 그린다. 지역 특산물 축제에 서슴없이 서고 개인 기타레슨을 불사하면서도, 노래 좀 한다는 가수 지망생이 모이는 오디션 프로그램엔 나가지 않는다. ‘음악에 점수를 매길 수 있냐’며 티격태격하던 멤버들은 빗소리를 들으며 가사를 읊고 신곡을 완성한다.
대본과 연출은 모두 이지형이 직접 했다. 무대 위 소품도 대부분 그의 작업실에서 가져왔다. 지난 15일 선돌극장에서 만난 이지형은 “가수를 준비했던 시기의 내 실제모습과 극 중 지형은 비슷한 점이 많다”며 특별한 무대를 만들게 된 배경을 밝혔다.
“뮤지션들의 삶과 생각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일상을 가감 없이 훔쳐보게 하면서 관객과 소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습니다.”
2시간이 넘는 공연에선 그의 데뷔 곡부터 최근 곡까지 15곡 정도를 들을 수 있다. 어쿠스틱 기타 반주에 맞춰 작게 속삭이는 노래부터 건반과 드럼 반주에 맞춘 신나는 음악까지 극 전체엔 계속 선율이 흐른다. 놀라운 것은 이들의 연기실력. 따로 수업을 받지 않았다는데도 모두 수준급의 연기를 선보인다.
“워낙 오래 전부터 같이 활동한 친구들이어서 음악뿐만 아니라 외적인 것을 서로 잘 알고 있어요. 함께 식사하면서 나누는 일상 대화를 녹음해 대사로 만든 것도 많고요. 평소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지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탐구하는 연습만 했어요.”
특히 매회 다른 게스트들이 출연해 극의 재미를 돋운다.
가수 유희열, 이적, 김연우, 스윗 소로우 등과 피아니스트 이루마, 윤한, 배우 유인나, 개그우먼 박지선 등 이지형의 화려한 인맥이 공연에 총출동한다. 유희열은 3년 내내 데모테이프를 보내는 지형을 찾아 작업실을 방문하는 천재 작곡가로, 이루마는 경제적 사정으로 피아노를 팔아버리려는 지형의 작업실을 찾는 피아니스트로 나온다. 게스트 별로 극의 내용이 약간씩 바뀌다 보니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활동 초기엔 무대공포증, 카메라 공포증이 있어 기량의 반도 못 보여주고 내려올 때가 많았어요. 그 때 ‘내 작업실을 그대로 옮겨놓으면 어떨까’ 생각했죠. 스물세 살 때 생각했던 무대를 제대로 선보이게 돼 참 좋습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