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무크지 ‘대중음악 사운드’ 창간 3주년… 음악 잡지 수난 시대, 나홀로 뚜벅뚜벅
입력 2013-11-20 17:16
한때 음악 잡지는 심도 있는 음악 정보를 제공하는 유일한 창구였다. ‘핫뮤직’ ‘GMV’ ‘월드뮤직’ 같은 과거의 잡지들은 유명 뮤지션의 근황과 명곡들이 품은 각양각색 스토리를 전하며 음악 애호가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이런 잡지들은 하나둘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다음 달 창간 3주년을 맞는 무크지 ‘대중음악 사운드’(약칭 ‘사운드’)는 대중음악 전반을 다루는 간행물로는 거의 유일하게 남아있는 음악 잡지다. 이 잡지는 최근까지 총 7번 발행됐는데 그 내용들을 살펴보면 이전에 나온 잡지들과는 다른 전인미답의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사운드’는 음악 정책을 깊이 있게 다루는 기획기사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각종 설문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담아냈다.
가령 2010년 12월 발행된 창간호는 국내 대중음악 시장을 ‘축제’ ‘창작’ ‘매체’ ‘정책’ 등 총 12개 분야로 나눠 집중 분석했다. 이듬해 4월 발간된 2호에선 음악 산업 관계자 및 평론가 86명을 상대로 가요계 ‘파워 인물’을 묻는 설문을 진행했다. 1위 이수만, 2위 박진영, 3위 양현석 4위 엠넷미디어….
이 밖에 3호(2011년 8월 발간)에서는 한국 대중음악 100년사를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했고, 지난 8일 발간된 7호에서는 ‘한국 인디 명곡 100선’을 선정해 눈길을 끌었다. 전문가 36명이 국내 인디음악 명곡을 지목한 내용이었는데, 설문에서 6회 이상 언급돼 상위권에 랭크된 노래들은 이러했다. ‘거울’(국카스텐) ‘챠우챠우’(델리스파이스) ‘학수고대했던 날’(백현진) ‘앵콜요청금지’(브로콜리너마저)….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만난 ‘사운드’ 발행인인 박준흠(47·사진) 서울종합예술학교 교수는 ‘종이 잡지’ 발간을 계속하는 이유를 이 같이 설명했다. “인터넷 콘텐츠는 깊이 있게 읽히지 않는다. ‘사운드’에 담기는 글은 컴퓨터 모니터에서 한 번 읽고 버릴 수 있는 내용들이 아니다.”
그가 생각하는 ‘사운드’의 존재 이유는 아이돌 음악의 비중이 압도적인 가요계 생태계를 바로잡는 데 있다. 박 교수는 “인디 음악계만 보더라도 훌륭한 뮤지션이 많지만 이들이 음악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처참할 정도로 작다”며 “‘사운드’를 통해 가요계에 다양한 음악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