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5주년 맞는 힙합 그룹 가리온 “한국 힙합, 문화사대주의에 젖어 있어 아쉽다”
입력 2013-11-20 17:14
한국 힙합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이름. MC 메타(본명 이재현·41)와 나찰(본명 정현일·36)이 속한 그룹 가리온(털빛이 희고 갈기가 검은 말을 뜻하는 순 우리말)이다.
이들은 1998년 PC통신 하이텔 동호회 ‘검은 소리’에서 처음 만났다. 힙합음악을 하고 싶었지만 무대가 없었던 이들은 우연히 서울 홍대의 한 클럽 오픈마이크(원하면 누구나 노래할 수 있는) 무대에 올랐고 운명적으로 한 팀이 됐다. 당시 그 무대를 통해 여럿이 직업 ‘힙합인’으로 발을 담갔지만 지금까지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것은 가리온이 유일하다. 오는 29일 15주년 기념 앨범 발매를 앞둔 가리온을 최근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가리온이란 이름으로 첫 무대에 올렸던 곡 중 ‘그래서 함께 하는 이유’가 있어요. 이번 앨범에서 새로운 버전의 ‘그래서 함께 하는 이유 2013’을 선 공개 했죠. 이외에도 그동안 발표했던 곡들을 새롭게 편곡해 기념 앨범에 담을 예정입니다.”(MC 메타)
가리온은 한국 힙합의 산증인이면서, 그룹명처럼 한글을 통해 힙합 정신을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의 가사는 힙합 음악에 흔히 들어가는 영어 추임새가 없는, 한글로만 돼 있다.
“각 나라의 고유한 특성을 배경으로 발달하는 장르가 힙합이니 한글로 표현할 수밖에요. 외국 뮤지션들도 한글을 랩을 하기 좋은 언어라고 칭찬해요. 문학성이나 소리, 표현법에서 한글의 우수성이 드러나죠.”(나찰)
이들은 진정성을 담은 정규 앨범 2집 ‘가리온2’로 2011년 제8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상, 최우수 힙합 앨범상, 최우수 힙합 노래상을 수상했다. 나찰은 “한국에서 힙합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는 것을 상을 받으면서 느꼈고 열정과 자신감이 생겼다”며 “15년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가리온은 음악작업 틈틈이 후배를 양성하는 일에도 열심이다. MC 메타는 현재 한국국제예술원 뮤직프로덕션학과에서, 나찰은 국제예술대학 실용음악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최근 케이블 채널 Mnet 힙합음악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 미 더 머니’에서도 활약했다. 이들이 전하고 싶은 것은 결국 힙합 그 자체다.
“힙합음악의 인지도는 높아졌지만 진짜 힙합은 없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원래 힙합이 가지고 있던 경쟁, 신선함을 깊이 있게 보여줘야 하는데 지금은 문화사대주의에만 젖어있죠. 한국 힙합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싶어요.”(MC 메타)
이러한 맥락에서 15주년 기념 음반의 주제는 ‘다시 힙합’이다. 다음 달 14일 서울 서교동 상상마당에서는 15주년 기념 콘서트 ‘뿌리 깊은 나무’를 연다.
“15주년 음반은 물론, 내년에 나올 3집까지 힙합 본연의 모습이 사라지는 현 세태를 비판하는 내용이 중심 주제가 될 것 같아요. 이게 우리의 자존심이고 앞으로 할 일이죠.”(나찰)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