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철주] 창조경제, 한국에서 세계로

입력 2013-11-20 17:37


올해 발표된 주요 세계 경쟁력 평가 결과에서 우리나라의 순위는 가지각색이다. 국제경영개발원(IMD) 평가에서는 전년에 이어 22위를 지킨 반면 세계경제포럼(WEF) 평가에서는 6계단 하락해 25위에 머물렀다. 세계은행이 발표하는 기업환경 평가에서는 1계단 상승한 7위를 기록했다. 같은 해 발표된 평가 결과가 이처럼 다양한 것은 평가 기관별로 지표 구성, 평가 방법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가 결과에 일희일비하기보다 평가지표상에 공통으로 나타난 우리 경제의 취약 요인들을 점검하고 개선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미시적 제도 개선과 함께 우리 국가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격상시킬 수 있는 근본적 처방, 즉 경제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이를 위해 현 정부가 제시한 처방이 바로 창조경제다. 창조경제는 국민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에 접목해 새로운 산업, 시장을 창출하고 기존 산업을 강화해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새로운 경제발전 전략이다. 우리 정부는 창조경제를 국정 기조인 국민행복과 경제부흥의 핵심 전략으로 설정하고 올해에는 창조경제 기반 다지기에 주력해 왔다.

지난 5월과 6월에 발표된 벤처·창업 자금 생태계 선순환 방안과 창조경제 실현 계획에 이어 다양한 창조경제 관련 종합대책이 마련됐다. 창업 초기 중소·벤처기업 주식을 거래하는 코넥스(KONEX)가 신설되고, 국민 누구나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창조경제타운도 문을 열었다. 창조경제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ICT진흥특별법, 공공데이터 제공 및 이용 활성화법 등 법률 제·개정도 이뤄졌다. 다음달에는 기획재정부, 미래창조과학부 등 정부기관과 경제5단체로 구성되는 민관 합동 창조경제 컨트롤타워가 출범할 예정이다.

지난 9월 뉴시스 통신사와 현대경제연구원이 공동 실시한 창조경제 설문조사에서는 경제 전문가 72명 중 98.6%가 창조경제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그런데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창조경제를 해외에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창조경제는 글로벌 사회에서도 비교적 새로운 개념이다. 이미 몇몇 국가들이 국가경쟁력 강화 전략으로 창조경제와 유사한 개념을 내세운 바 있지만 근본적인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에 이르지는 못했다. 영국은 일찍이 1998년부터 ‘창조적 영국(Creative Britain)’을 기치(旗幟)로 내걸고 문화미디어산업을 중심으로 창조산업을 육성했다. 이스라엘의 창조경제는 ‘창업국가(Start Up Nation)’라는 별칭을 만들어낼 정도로 창업 지원에 중점을 두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창조경제는 특정 산업 또는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개인의 아이디어와 과학기술이 만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모든 경제활동을 지칭하는 광범위한 전략이다.

21∼22일 서울에서 세계경쟁력 서밋 및 세계경쟁력위원회연합(GFCC) 연차총회가 대한상공회의소와 기획재정부 공동 주최로 열린다. 올해 연차총회 주제는 개최국인 우리 의사를 반영해 창조경제로 정해졌다. 우리나라의 창조경제를 국제사회에 정식으로 소개할 수 있는 무대가 준비된 것이다. 정부는 이번 총회에서 우리나라의 창조경제 비전을 반영한 새로운 국가경쟁력 원칙을 채택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창조경제는 모방에 의한 추격(follower)이 아닌 창조를 통한 선도(first mover)를 지향한다. 이번 GFCC 연차총회를 계기로 우리나라가 글로벌 창조경제의 선도국가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본다.

김철주(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