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떤 경우에도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은 안돼
입력 2013-11-20 17:48
미국의 日 집단자위권 도입 지지는 한·미동맹 균열 부른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도입에 대한 미국의 지지가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미 국방부 당국자는 워싱턴을 방문한 한국기자들을 만나 “집단적 자위권은 고유한 권한으로 모두가 그것을 갖고 있다”며 “일본이 자신의 역할을 정상화하면서 지역 내 안보에 기여하려는 노력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일본이 앞으로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것은 주권국가로서 자신들의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발언은 지난달 열린 미·일 외교·국방장관회담(2+2) 때 나온 지지보다 표현 강도가 더 세진 것이다.
일본이 내년 말까지로 예정된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을 실제로 도입할 경우 유사시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출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우리의 주권과 영토방위 측면에서 여간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식민지배 등 뼈아픈 과거사는 말할 것도 없고 현재의 불편한 한·일 관계를 감안하더라도 자위대의 한반도 상륙은 어떤 경우에도 용인될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일본 편을 드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미 당국자 발언처럼 집단적 자위권은 유엔헌장에 규정된 주권국의 ‘고유 권한’이다. 하지만 일본은 큰 전쟁을 일으켜 주변국들에 엄청난 피해를 준 전범국이다. 그런 나라에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해 줄 경우 타국의 무력충돌에 또 개입함으로써 그들이 지향해 온 평화헌법에 명백히 저촉된다.
일본이 아베 정부 출범 이후 정세 급변을 이유로 평화헌법을 재해석하려는 것이 우리로서는 매우 유감스럽지만 일본도 주권국가인 이상 전혀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와 군사동맹을 맺고 있는 미국이 앞장서서 일본의 재무장을 부추기는 듯한 언행을 하는 것은 볼썽사납다.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한국민을 크게 자극하는 일이다. 미국이 과거 일제의 한반도 강점을 묵인했던 나라임을 기억하는 한국민의 정서에 이상기류가 조성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일본이 설령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의 지지를 받아 집단적 자위권을 도입한다 하더라도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은 엄격히 제한돼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국이 분명한 역할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개정될 미·일 방위협력지침에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한반도와 그 주권에 영향을 줄 경우 한국 정부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조항을 반드시 넣도록 해야 한다. 미국에게 미·일동맹 못지않게 한·미동맹도 중요하기 때문에 하는 소리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미군 병력의 한반도 배치와 활동을 허용한 것이지 일본 같은 제3국의 진출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
이번 기회에 우리 정부도 미국에 보다 분명한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 미국과 일본이 우리의 요구를 무시하고 지나치게 밀착할 경우 한·미동맹에 금이 갈 수도 있다는 점을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 차제에 미국을 제외한 서방국들과의 외교적 노력도 한층 강화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