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文 장관 후보자 임명 서두를 일 아니다

입력 2013-11-20 17:37

박근혜 대통령이 금명간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와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인사청문회법상 21일부터는 언제든지 임명이 가능하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합의해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으면 모양 좋게 임명할 텐데 현재로선 그럴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두 사람의 임명을 서두를 수밖에 없는 대통령의 딱한 사정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나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마당에 임명을 강행할 경우 가뜩이나 얼어붙은 정국이 빙하기에 접어드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 19일 문·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보내달라는 공문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가 임명동의안을 제출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국회 심사 또는 인사청문을 마치지 못하면 대통령은 그 다음 날로부터 10일 이내의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청문경과보고서를 보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는 인사청문회법에 따른 것이다. 박 대통령은 그 마지노선을 20일로 못 박았다고 한다. 국회가 이날까지 청문경과보고서를 보내지 않으면 인사하는 데 아무런 법적 제약이 없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20일 브리핑에서 “21일부터는 두 후보자에 대한 임명이 가능하지만 아직 이것과 관련해서 정해진 바는 없다”며 여운을 남겼다.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하는 청와대 홍보수석이 똑 부러지게 말을 못하는 것을 보면 청와대도 임명 강행이 몰고 올 후폭풍을 잘 알고 있다는 방증이다.

사회적 논란거리가 된 기초연금 문제를 매듭지어야 할 복지부 장관과 국가기관 대선개입사건 수사를 진두지휘하고 무너진 검찰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할 검찰총장 자리는 하루도 비워둬선 안 될 국가요직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 자리를 채우는 것보다 시급하고 중요한 게 있다. 정치를 복원시키는 일이다. 여야의 강경 대치로 내년도 예산안 심의는 시작도 못하는 등 정치실종사태가 너무 길다.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박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밝힌 ‘여야 합의정신’을 이번 인사에 적용해야 한다. 여야 협의 과정을 더 지켜본 뒤 “더 이상은 안 되겠다”는 판단이 설 경우 그때 인사권을 행사해도 늦지 않다. 특히 법인카드를 사적 용도로 사용한 문 후보자 인사는 재고해야 할 여지가 충분하다. 야당은 물론 날로 거세지는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대 의견을 무시해선 안 된다. 여기서 꼬이면 황찬현 감사원장 임명은 언제 이루어질지 기약할 수 없다. 두 후보와 달리 감사원장 임명은 국회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보 전진을 위해 때론 일보 후퇴할 줄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