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를 넘어 함께하는 우리로 (46)] 지역 생협 통한 직거래로 친환경 식탁
입력 2013-11-20 16:57 수정 2013-11-20 21:54
방사능시대의 먹을거리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산 수입식품 안전에 대한 불안감과 함께 먹을거리에 대한 불신이 고조되고 있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1차식품 농산물은 대량 생산과 유통을 늘리기 위해 많은 농약과 약품으로 단장을 한 뒤 소비자들의 식탁에 오른다.
재배될 때부터 제초제, 성장촉진제, 살충제, 살균제 등의 농약을 감수해야 한다. 수확 후에는 성장억제제, 방부제 등으로 유통 기간을 늘리게 된다. 점점 제 맛을 느낄 수 없는 과일과 야채, 제철음식이라는 단어가 사라져버린 농산물, 성장호르몬이 섞인 사료로 키워진 닭과 소, 돼지 등의 부산물을 섭취하고 있는 소비자의 식생활은 건강을 위협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유해식품에다 방사능과 관련된 먹을거리에 대한 걱정은 생명 살림의 밥상을 차려야 하는 주부들에게 불안감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주부의 먹을거리에 대한 불신과 불안은 생활협동조합운동에 대한 관심을 가져오게 했다. 부산YWCA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은 생산, 판매, 구매, 소비 활동의 일체를 협동으로 영위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생산자 조합원이 재배한 농산물을 소비자 조합원과의 직거래를 통해 소비한다. 도·농 교류 프로그램인 생산지 탐방을 비롯해 일손돕기, 조합원 자조모임인 민들레모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낙동강 환경기자단, 에코스쿨, 안전한 학교급식운동, 식생활교육, 탈핵운동 등 생명살림과 환경살림을 위한 지역사회의 변화를 모색하고 기여하는 다양한 활동들을 펼친다.
생활협동조합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조합원 활동은 땅과 생명을 살리는 지역사회운동이며 관심과 참여, 나눔이다. 지역의 친환경 먹을거리를 생활재로 사용하는 소비자 소모임 활동을 강화하고, 생산자는 생명을 살리는 먹을거리를 생산하게 하는 생명사랑공동체운동은 미래의 환경을 살리고 공동체를 살리는 대안임에 틀림없다.
스피드 시대에 느림의 미학을 추구하는 부산Y 생활협동조합은 최근 들어 아이들의 건강하고 안전한 급식을 위한 운동도 펼치고 있다. 또 식품 방사능 오염도 표시 및 방사능 기준치 하향 조정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시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주기에 앞서 ‘기준치’라는 미명 아래 안전만을 강조하는 행정 당국의 문제를 지적하고 생협조합원뿐 아니라 시민들에게 방사능의 위해성을 알리고 있다. 행정 당국이 이야기하는 안전 기준치는 인체에 안전한 기준이라기보다 문제가 될 정도의 방사능 검출이 있을 시 정부가 개입한다는 ‘정부개입준위(관리기준)’라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다.
방사능 물질은 아무리 미량이라도 그것을 섭취하거나 피폭된 만큼 인체에 해롭다. 이러한 방사능 물질은 대표적인 발암물질이므로 식품에 함유량을 표시해 소비자의 선택권과 알권리를 보장해 줘야 한다. 수입 수산물뿐 아니라 식품 전반에 대한 방사능 규제가 필요하다. 일본 수산물 수입이 줄기는 했지만 이미 수입된 제품의 처리, 수입 가공식품 등에 대한 상황도 제대로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은 소비자의 불신만 가중시킬 뿐이다. 생활협동조합은 지속적으로 일본뿐 아니라 수입되는 식품의 방사능 오염 정도 및 표시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나갈 뿐 아니라 식품 섭취에 따른 방사능 위해도에도 관심을 갖고 대처해나갈 계획이다.
1986년 체르노빌 재앙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그보다 11배의 더 큰 위험을 안고 있는 후쿠시마의 공포는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태풍으로 많은 인명 피해가 났다. 거대 태풍이 불어닥친 것은 지구 온난화가 불러들인 재앙이란다. 이 모든 것이 우리가 자초한 것임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더 많은 것을, 더 편리한 것을, 더 쾌적한 것을 끊임없이 요구해온 우리들의 욕심이 미래의 후손이 살아가야 할 자연과 그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어떠한 반성보다 우리의 생명과 직결되는 먹을거리에 대한 돌이킴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 여기에 살고 있는 나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성인심(부산YWCA 생활협동조합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