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인상] 전기 덜 쓰게 해 전력난 방어 의지 단기적 처방 그쳐
입력 2013-11-19 18:23 수정 2013-11-19 22:07
정부가 19일 전기요금 인상으로 던진 메시지는 “전기 값을 올릴 테니 전기 소비를 줄여 달라”는 것이다. 공급 확대에서 벗어나 수요관리 중심으로 전력 정책을 펴겠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그동안 값싼 전기에 익숙해진 전기 소비자의 태도를 요금 인상만으로 바꿀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상 배경=한진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전기와 비전기 간 가격 차이를 강조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전기 값이 싸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전기 소비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에 비해 70% 이상 높고 증가 속도도 가파르다. 증가율이 2008년 4.5%, 2009년 2.4%, 2010년 10.1%, 2011년 4.8%, 2012년 2.5%다. 누적 증가율은 19.3%다. 주요 선진국의 최근 5년간 전기소비 증가율은 일본 -4.6%, 미국 -1.9%, 독일 -2.7% 등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전력 사용이 급격히 늘어난 결과 최근 수년간 예비전력이 한계에 이르는 전력난이 여름과 겨울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앞으로는 전기를 덜 쓰게 해 전력난을 막겠다는 정부 의지가 이번 인상을 통해 표출된 셈이다. 하지만 애초부터 전력 정책을 제대로 짜지 못한 정부가 사과나 반성 없이 시장 메커니즘 운운하며 국민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비판이 많다.
◇피크요금 시간 확대=주택용 전기요금 인상에 따라 월평균 310kwH를 쓰는 도시가구의 경우 인상 전 4만8820원이던 전기요금을 5만130원으로 월 1310원 더 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용 요금은 동결됐지만 초·중·고교에서 쓰는 교육용(갑)은 기본요금 요율을 인하하는 등 약 2%가 내렸다.
현재 7∼8월에 적용되는 여름철 요금(일반·산업·교육용)은 6∼8월로 확대된다. 특히 오전 중 전기 소비가 증가하는 추세를 반영해 봄·가을과 여름철 오전 10∼11시를 ‘최대부하시간대’ 요금이 적용되는 시간에 추가키로 했다.
산업계를 겨냥한 선택형 요금제가 확대된 것도 특징이다.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전력 수요관리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요금이 싼 심야에 전기를 저장했다가 비싼 낮에 쓰라는 취지다. 대규모 사업장에는 피크시간대(14∼17시)에는 집중적으로 높은 요금(야간시간대 5배)을 부과한다. 중규모 사업장의 경우 피크관리 노력에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효과는 미지수=정부는 전기요금 인상과 체계 개편으로 연간 최대피크 전력을 약 80만㎾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원전 1기의 발전량 100만㎾에 다소 못 미치는 규모다.
그렇지만 전기요금 인상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목소리도 크다. 환경운동연합은 “전기 다소비 업체와 타협의 산물로 찔끔찔끔 전기요금을 인상하면 시장에 제대로 신호를 주지 못하고 물가 인상의 구실만 제공할 뿐”이라고 논평했다.
전력업계와 학계에서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본격적인 전력 수요관리 시장이 열려야 전력난 해소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전력 관련 ICT 산업은 정부의 기대만큼 성장 속도가 빠르지 않은 형편이다. 대기업이 ESS와 EMS(에너지관리 시스템)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의 획기적 유인책이 나와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