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손보, 40년 만에 具씨 손 떠난다

입력 2013-11-19 18:18 수정 2013-11-19 22:25

구자원 LIG그룹 회장이 자신과 장남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 등 가족이 보유한 LIG손해보험의 주식 전량을 매각하기로 했다고 LIG손보 측이 19일 밝혔다. 이로써 LIG손보는 40여년 만에 구씨 일가의 손을 떠나게 됐다.

이번 매각은 LIG건설 기업어음(CP) 투자자의 피해보상액 재원 마련 차원이다. 구 회장 부자는 2000억원대의 사기성 기업어음 판매 혐의로 구속돼 1심에서 각각 징역 3년과 8년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앞서 LIG 일가는 올해 초부터 사재출연을 통해 소액 투자자들에게 730억원의 피해보상 조치를 이행했고, 지난 14일부터 나머지 CP 투자자 700여명 전원에게 1300억원을 지급하는 절차를 밟는 중이다.

이번에 매각되는 주식 수는 1257만4500주(지분율 20.96%)다. LIG손보 지분은 1대 주주인 구 부회장이 6.78%, 구본역 LIG엔설팅 고문이 3.60%, 구본욱 LIG손보 상무가 2.82%, 구자훈 LIG문화재단 이사장이 2.49%, 구 회장이 0.24%를 갖고 있다.

LIG그룹의 모체 기업이자 자산 18조원 규모의 핵심 계열사인 LIG손보를 매각하기로 한 것은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LIG손보는 지난해 그룹 전체 매출(12조원)의 8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절대적이다. 더욱이 구 회장으로선 2006년 초 LG화재에서 LIG손보로 사명을 바꾸며 발표했던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이란 꿈을 접게 됐다. 그는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제 열정을 모두 바쳤던, 제 인생과도 같은 회사를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니 말 못할 아쉬움과 회한이 남는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LIG손보는 1959년 범한해상보험으로 출발했다. 70년 럭키금성그룹이 인수하면서 범(汎) LG 일가의 품에 안기게 됐다. 95년 LG화재해상보험으로 이름을 바꿨다가 99년 LG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가 이뤄진 뒤 LIG손보가 됐다.

LG그룹 창업주 구인회 회장의 동생인 고(故) 구철회 회장의 장남인 구 회장은 64년 락희화학에 입사한 뒤 럭키증권 사장, LG정보통신 부회장을 거쳐 금융업계에 뛰어들었다.

구씨 일가의 순수 지분 가치는 3800억원에 이르지만 경영권 등을 감안하면 매각 대금은 4000억∼5000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선 보험 계열사를 가진 한화, 롯데, 농협 등이 인수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매각 결과에 따라선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LIG손보 등으로 이뤄진 이른바 손해보험업계의 빅4 구도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