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깔기만 했는데… 2주간 2000원 기부

입력 2013-11-19 18:16


스마트폰에 그 애플리케이션(앱)을 깔았다는 사실도 잊고 있었다. ‘아무것도 안 해도’ 기부할 수 있는 앱이 있다기에 무작위로 기부 앱 4종을 설치한 건 지난 1일이다. 앱 때문에 다소 번거로운 점도 있었지만 곧 익숙해져 불편 없이 스마트폰을 사용했다. 2주 후인 지난 15일 ‘기부금이 모이긴 했을까’ ‘그랬다면 얼마나 모였을까’ 궁금해졌다.

스마트폰 잠금화면 앱인 캐시슬라이드(cash slide)는 설치 후 실행하면 스마트폰을 켤 때마다 첫 화면에 광고가 뜬다. 광고를 화면 왼쪽으로 밀면 링크된 광고 사이트로 연결되고, 오른쪽으로 밀면 바로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다. 광고는 주로 새로운 음반이나 자동차 보험 상품, 오픈마켓, TV 드라마 등을 선전하는 내용이다.

이 광고를 보는 대가로 기부금이 적립된다. 단순히 광고를 보기만 하면 몇 원 단위로 적립되고, 광고 상품을 더 자세히 소개한 앱을 내려받으면 100원 이상 추가 적립금이 쌓인다. 2주 동안 그냥 광고를 보기만 했는데 270원이 적립돼 있었다. 캐시슬라이드를 스마트폰 잠금화면으로 사용해 ‘생활’과 ‘기부’를 연결시킨 사람은 800만명을 넘어섰다.

빅워크(BigWalk)는 걷기 운동과 기부를 결합한 앱이다. 걸어 다닐 때 이 앱을 켜두면 위성항법장치(GPS)로 걸은 거리를 측정해 10m에 1원씩 적립해준다. 적립금은 질병이나 장애가 있어 걷지 못하는 아이들의 수술비로 쓰인다. 배터리 소모 때문에 하루 종일 켜 두지는 못했다. 2주간 주로 출퇴근 시간에 켜고 걷기만 했는데 375원이 모였다.

기부금 지원 대상과 목표금액 등을 미리 정할 수 있다. 현재 모금된 금액과 참여 인원을 함께 보여준다. 많이 걸어서 기부를 많이 한 사람의 순위도 실시간 확인된다. 빅워크는 지난해 4월부터 40명 아이들에게 약 3억5000만원의 기부금을 전달했다.

기부톡(Give Talk)은 전화통화만 하면 적립금을 줬다. 앱을 설치한 뒤 스마트폰으로 통화하면 종료 후 기부 화면이 자동으로 나타난다. 후원하고 싶은 단체를 골라 적립금을 기부할 수 있다. 2주간 570원이 모였다. 통화 횟수당 적립금을 주기에 전화를 많이 쓰는 사람들에게 효율적이다. 기부금액 순위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15일 현재 1위는 4536회 통화해 14만5800여원을 기부했다. 사용자의 통화 횟수에 비례해 기업들이 후원금을 내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기부타임(Give Time)은 후원할 단체를 선택한 뒤 동영상으로 제작된 광고를 보면 일정 금액이 해당 단체에 전달된다. 광고를 볼 때마다 후원단체에는 기부금이, 개인에게는 적립금이 쌓인다. 광고시청 후 광고에 나온 내용을 중심으로 낸 간단한 문제를 맞혀야 기부금과 적립금을 모을 수 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멍하니 앉아 있는 대신 퀴즈를 풀었더니 750원이 적립됐다.

4개 앱에서 2주간 1965원을 모았다. 한 달이면 약 4000원, 1년이면 4만8000원이다. 빅워크 한완희 대표는 “한 명의 1000걸음보다 1000명의 한 걸음이 더 의미 있다”고 말했다.

박요진 기자 tru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