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의 수렁… 소득상위 20% 빼고 다 늘었다

입력 2013-11-19 18:07


소득 상위 20%를 제외한 모든 계층의 가계빚이 늘었다. 특히 소득 하위 20%의 부채는 전년보다 25% 가까이 증가하고, 국민 10명 중 2명은 최근 2년 동안 빈곤 상태를 경험했다. 서민의 살림살이가 날로 쪼들리고 있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금융감독원·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2013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현재 우리나라 가구의 평균 부채는 5818만원으로 지난해(5450만원)에 비해 6.8%(368만원) 늘었다. 소득 5분위(상위 20%)의 부채만 소폭 감소했고 나머지 모든 계층의 빚이 불어났다. 특히 소득 1분위(하위 20%)의 부채는 지난해 1000만원에서 올해 1246만원으로 24.6% 증가했다.

임시·일용근로자와 자영업자의 부채 증가율은 각각 16.9%, 11.3%로 상용근로자(1.7%)보다 훨씬 높았다.

금융부채를 안고 있는 가구 중 “부채 상환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응답한 가구는 8.1%로 전년보다 1.1% 포인트 늘었다. 또 금융부채를 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눈 재무건전성 비율은 지난해 106.0%에서 올해 108.8%로 악화됐다.

지난해 가구의 평균 소득은 4475만원으로 전년(4233만원) 대비 5.7% 증가했다. 전체적으로는 소득이 늘었지만 자영업자와 서비스·판매종사자의 소득은 각각 1.1%, 0.6% 감소했다. 소득 분위별로 보면 5분위 소득(1억417만원)이 1분위(811만원)보다 12.8배 많았다. 5분위의 소득점유율은 0.8% 포인트 감소했으나 여전히 전체 가구 소득의 절반가량(46.6%)을 차지했다.

지난해 균등화 처분가능소득(2135만원)의 중간값은 1068만원이며, 이보다 소득이 낮은 것을 뜻하는 빈곤율은 16.5%로 집계됐다. 2011년 빈곤율(16.6%)과 비슷한 수준이다. 국민 6명 중 1명이 연간 1068만원도 안 되는 처분가능소득으로 살고 있다는 뜻이다.

2011∼2012년 사이 빈곤을 경험한 비율은 21.4%에 달하며, 이 중 11%는 2년 내내 빈곤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빈곤율은 20세 미만(11.9%→12.5%)과 20∼29세(9.4%→10.5%) 등 청년층에서 높아졌고, 60∼69세(32.3%→28.3%)와 70세 이상(54.3%→53.9%) 등 노년층에선 낮아졌다.

지난해 가구의 평균 소비지출은 2307만원으로 0.2%(5만원) 증가에 그쳤다. 교육비(-2.9%)와 식료품(-2.0%) 지출이 줄었고, 통신비(7.6%)와 의료비(4.7%) 지출이 늘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