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으로 드러난 일제만행] 日 “안중근은 일본서 범죄자” 발언 파문

입력 2013-11-19 18:07 수정 2013-11-20 00:27

일본이 19일 박근혜 대통령의 안중근 의사 표지석 설치 관련 언급을 비판하면서 안 의사를 ‘범죄자’라고 표현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중·일 외교가가 공방을 주고받으며 온종일 들썩였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의 오전 정례 기자회견이 발단이었다. 그는 박 대통령이 18일 방한 중인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에게 ‘중국에서 안 의사 표지석 설치가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감사의 뜻을 표명한 데 대해 “안중근은 일본에서 범죄자라는 입장을 한국 정부에 전해왔다”면서 “이런 움직임은 일·한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어 “일본의 입장을 분명히 한국에 전달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는 발끈했다. 박 대통령을 정면 비판한 것도 유감스럽지만, 안 의사를 범죄자로 표현한 것은 ‘망언’으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안 의사는 우리나라 독립과 동양 평화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으로 범죄자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일본 제국주의 시대에 이토 히로부미가 어떤 인물이었는지, 일본이 당시 주변국에 어떤 일을 했는지 돌이켜보면 스가 관방장관의 발언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중국 정부도 거들었다. 중국 외교부 훙레이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안 의사는 중국에서도 존경받는 항일운동가”라며 “외국인 기념시설규정에 따라 안 의사 표지석 설치작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문이 커졌지만 스가 장관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오후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의 유감표명에 대해 “과잉반응”이라며 “일본 정부의 종래 입장을 말한 것뿐”이라고 맞받았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신임을 받는데다 정부 대변인으로서 말실수가 드문 스가 장관이 상대국의 감정을 자극하는 언사를 한 점에서 한·일 관계가 더욱 냉각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한 외교 소식통은 스가 장관이 아베 정권 안에서 대한(對韓) 강경론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앞서 아베 총리는 안 의사 표지석 설치와 관련, 7월 한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안 의사의 저격으로 사망한 이토 히로부미는 일본에서 존경받는 위대한 인물”이라며 “양국이 상호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의사 표지석 설치 문제는 지난 6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것으로, 당시 박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안 의사의 의거를 기념하기 위해 중국 헤이룽장성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현장에 표지석을 세우자고 제안했다. 이후 진행상황에 대해 박 대통령이 이번에 방한한 양 국무위원에게 사의를 표명했고, 양 위원도 “원활한 추진에 만족한다”고 화답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