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파크 불 꺼진 충돌방지등 놓고 책임 공방… 발뺌하던 강남구 뒤늦게 “내 탓”
입력 2013-11-19 18:03
서울 삼성동 현대아이파크 아파트에 헬기가 충돌할 당시 아파트 건물의 항공장애표시등이 꺼져 있던 사실을 놓고 강남구가 국토교통부에 책임을 떠넘기다 뒤늦게 잘못을 시인했다. 관련 법규에 항공장애표시등 관리 주체는 명시돼 있지만 처벌 규정이 없어 경찰 수사는 난항을 겪고 있다.
강남구 관계자는 19일 “사고 건물과 가장 가까운 공항은 경기도 성남의 서울공항(공군기지)”이라며 “항공법 시행령에 따라 아이파크 아파트의 항공장애표시등 관리 책임은 국토부에 있다”고 말했다. 항공법에는 비행장에서 반경 15㎞ 이내에 설치된 항공장애표시등은 국토부가, 그 밖의 지역은 각 지자체가 관리토록 규정돼 있다. 강남구 측은 “삼성동 아이파크와 서울공항은 11㎞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국토부 산하 서울지방항공청 소관이 맞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송석준 국토부 대변인은 “서울공항은 일반 공항이 아닌 군용 시설”이라며 “군 시설은 국토부 관리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 만큼 김포공항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포공항은 사고 아파트와 약 28㎞ 거리여서 이 경우 관리 주체는 강남구가 된다.
국토부의 반박에 강남구는 결국 “서울공항에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이 적용된다는 점을 몰랐다”고 실토했다. 이 아파트는 물론 관내 고층 건물의 항공장애표시등 관리 업무에 대해 강남구가 손을 놓고 있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아파트 관리소 측은 16일 일출 시간에 맞춰 항공장애등을 끈 것으로 드러났지만 관련자가 처벌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항공법에 처벌 규정이 없어 과태료 처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고시를 위반했더라도 형사처벌 규정이 없어 경찰이 조사할 사안이 아니다”며 “사고 헬기의 블랙박스 조사 결과에 따라 수사 착수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 측도 “항공법 183조에 따라 항공장애등을 고시에 맞춰 설치 및 관리하지 않는 자에 대해 2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형법까지 적용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는 충돌 사고로 사망한 고(故) 박인규(58) 기장과 고종진(37) 부기장의 합동 영결식이 열렸다. 고 부기장의 아내는 영결식 내내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는 “당신을 만난 건 내 인생의 행운이야. 너무 보고 싶어. 적극적으로 사랑 표현 못한 것 너무 미안해”라며 추도사를 마친 뒤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남상건 LG전자 부사장은 “고인들은 나라를 지키며 애국을 몸소 실천했고 늘 적극적으로 소임을 다했다”며 “따뜻한 리더십과 겸양을 갖춘 이들이 최고의 조종사로 살다 간 삶은 언제까지나 최고의 모습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기장은 국립대전현충원에, 고 부기장은 국립이천호국원에 각각 안장됐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