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으로 드러난 일제만행] 관동대지진 피살자 명부… 피살·타살·총살 학살 방식 등 구체적 기술

입력 2013-11-19 17:53 수정 2013-11-19 22:03

‘일본 진재(震災)시 피살자 명부’는 1923년 9월 1일 발생한 일본 관동대지진(규모 7.9) 당시 희생된 한국인 290명의 명단이 기록돼 있다. 관동대지진 당시 한국인 피살자 수는 적게는 6000명, 많게는 2만2000명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구체적인 희생자 명단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박경국 국가기록원장은 19일 “명부에 기록된 희생자 수가 적은 것은 피살자 중 국내 연고가 있는 사람이 적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 현지에서 조선인에 대한 무차별적 학살이 대규모로 자행됐지만 국내에서 상황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희생자 수가 예상보다 적지만 이 명부는 관동대지진 당시 희생자 이름 외에 본적, 나이, 피살일시, 피살장소, 피살상황 등이 자세히 기록돼 있어 사료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사망원인은 ‘지진으로 사망’ ‘경찰서 유치장 등에서 순국’ 등으로 기재돼 있으며 학살 방식도 피살, 타살, 총살 등 다양하다.

당시 경남 합천군에서는 이모(26)씨와 동갑내기인 아내, 이씨의 동생(17)과 두 살배기 아기 등 일가족 4명이 모두 학살당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지역별 신고된 희생자 수는 경남이 189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북 80명, 강원 8명, 충남 7명, 경기(서울 포함) 5명, 충북 1명이었다. 전쟁 중이라 행정력이 안정적으로 미치는 경상도 지역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신고 건수가 적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그동안 관동대지진과 관련한 자료가 부족해 국내외 학술연구가 어려웠다”며 “이번 명부 발견을 계기로 관련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라동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