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리 美국무·라이스 안보보좌관, 이집트 정책 불협화음 노출

입력 2013-11-19 17:51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대(對)이집트 정책을 놓고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고 인터넷매체 데일리비스트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주 케리 장관의 카이로 방문 전 라이스 보좌관은 그에게 공개적이든 사적이든 군부에 의해 축출된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이 살인 교사 혐의로 재판을 받는 것을 강력히 비판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케리 장관은 철저히 이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이집트 군부는 쿠데타로 지난 7월 무슬림형제단 소속의 무르시 대통령을 축출한 뒤 이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유혈진압해 1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복수의 정부 관리들은 “케리 장관이 이집트 방문기간 중 ‘의도적으로’ 무르시 전 대통령 문제를 한번도 언급하지 않았고, 이에 라이스 보좌관은 불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케리 장관은 심지어 “이집트가 민주적인 경로를 밟고 있다”는 발언까지 했다.

이집트 문제에 관한 두 사람의 시각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으며 갈등은 수개월 전부터 시작됐다. 외교관 경력의 대부분을 아프리카에서 보낸 라이스 보좌관은 인권과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독재자들을 거세게 비난해 왔다. 케리 장관은 기본적으로 외교적 수단에 무게를 두는 대화파인 데다 현 군사정부와 대립할 경우 주요 우방인 이집트에서 미국의 이익과 입지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케리의 이러한 입장은 미 국무부 관리들의 시각을 반영한다고 데일리비스트는 전했다.

최고 실권자인 압델 파타 엘 시시 국방장관 등 이집트 군부 지도부와 친분이 깊은 척 헤이글 국방장관도 쿠데타 이후 이집트 군사지원 중단 등 백악관 국가안보팀이 내세운 강경 조치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