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호주 ‘도청 갈등’ 격화
입력 2013-11-19 17:51
인도네시아와 호주가 대통령 휴대전화 도청 의혹과 난민선 처리 문제로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급기야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호주와의 관계를 재검토하겠다고 언급해 최악으로 갈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유도요노 대통령은 19일 트위터를 통해 “호주의 스파이 행위로 양국 간 협력관계 재검토를 고려하고 있다”면서 “호주 총리가 도청을 작은 일로 간주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데 대해 개탄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인도네시아는 18일 캔버라 주재 인도네시아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는 한편 자카르타 주재 호주 대사를 초치해 도청 의혹에 대한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직접 상대국 총리에게 직격탄을 날리며 불만을 표시한 것은 호주 ABC방송과 가디언의 18일 보도가 원인이 됐다. ABC 등은 호주 전자정보기구인 방위신호국(DSD)이 2009년 8월 유도요노 대통령의 휴대전화 사용 내역을 15일간 추적했다고 전했다. DSD는 또 대통령의 부인인 크리스티아니 헤라와티 여사와 보에디오노 부통령, 유숩 칼라 전 부통령 등 대통령의 측근 인사 9명도 감시했다고 덧붙였다. 해상 국경을 맞대면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까지 맺고 있는 호주가 대통령의 휴대전화까지 도청을 시도한 데 대해 극도의 배신감을 느낀 것이다.
하지만 호주는 인도네시아의 사과 요구에 응할 생각이 없다. 정보활동은 당연하다는 논리다. 당장 토니 애벗 총리는 유도요노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오히려 19일 국회에서 “호주가 자국을 보호하기 위해 취한 조치를 놓고 사과하리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며 “정보 수집은 우방을 해치기 위함이 아니라 돕기 위한 것”이라며 스파이 행위를 정당화했다.
양국은 도청 외에도 난민선 처리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지난 9월 출범한 애벗 정권은 인도네시아를 거쳐 호주로 들어오는 불법 선상 난민을 해상에서 막아 출발지로 돌려보내겠다는 강경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어 긴장을 예고했다.
이후 지난 7일 자바 인근에서 발견된 난민 63명을 호주가 돌려보냈지만 인도네시아는 영해를 벗어난 선박을 자국에 보내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