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멜다 저택·골프장 태풍에 폐허로… 방 17개 호화주택 흔적만 남아

입력 2013-11-19 17:52

필리핀을 강타한 슈퍼태풍 ‘하이옌’은 ‘독재자의 부인’이자 ‘사치의 여왕’으로 불리던 이멜다 마르코스 여사의 거대 저택과 골프장마저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렸다.

필리핀 언론들은 19일 “이멜다 여사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저택과 골프장 등이 하이옌이 몰고 온 해일에 휩쓸려 폐허가 됐다”고 보도했다. 하이옌이 지나간 저택 자리에는 의자와 목조 조각품 등 일부 잔해만 남았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방이 17개에 이르는 이멜다 여사의 저택은 그녀의 부와 권력을 알려주는 상징물이었다. 이멜다 여사는 정부를 상대로 3년간 법정 분쟁 끝에 이 저택을 되찾을 만큼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었다. 당시 이 저택은 이멜다 여사의 남편인 필리핀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이 부정한 방법으로 마련한 것으로 몰려 국가 재산으로 귀속될 위기에 놓였었다.

저택 관리인은 “보기 어려울 만큼 큰 저택이 이처럼 삽시간에 무너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하이옌은 42㏊(약 12만7000평) 규모의 아름다운 해변에 위치한 그녀의 18홀 골프장마저 폐허로 만들었다. 차기 대권주자로 알려진 그녀의 아들 페르디난드 봉봉 마르코스 상원의원은 현장을 둘러본 뒤 “한참 만에 주택임을 알아볼 만큼 폐허로 변했다”고 했다. 앞서 필리핀 정부는 이멜다 여사 등 마르코스 일가가 빼돌린 것으로 추정되는 약 100억 달러(약 10조5640억원)의 부정축재 재산 중 40억 달러(약 4조2256억원) 정도를 환수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