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2014년엔 어쩌려고…확산되는 FA 뒷거래설·점점 벌어지는 연봉격차

입력 2013-11-20 05:04


유난히 뜨거웠던 올해 프로야구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이 막을 내렸다. 지난 13일 강민호가 롯데와 4년 총액 75억원에 계약한 이후 18일 최준석이 롯데와 4년 총액 35억원에 계약하면서 총 15명이 FA 계약을 끝냈다. 이번 FA 시장은 총액 523억5000만원이 오가며 역대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이에 따라 이번 FA 시장을 놓고 ‘거품이 잔뜩 끼었다’ ‘뭔가에 홀렸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프로야구가 인기라지만 모기업인 재벌들의 지원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정도로 시장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요즘 FA 몸값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심지어 성적이 그리 좋지 않은 선수들까지 대박을 쳤다.

예를 들어 4년 75억원(계약금 35억원, 연봉 10억원)으로 역대 최고 FA 계약을 기록한 강민호의 경우 총액을 계약기간으로 나누면 연봉 18억7500만원에 해당한다. 현재 국내 프로야구 최저 연봉인 2400만원의 약 78배나 된다. 메이저리그에서 최고 연봉을 받는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의 연평균 수령액 2750만 달러(10년간 2억7500만 달러)가 최저 연봉(48만 달러)의 57배인 것과 비교할 때 한국이 오히려 더 큰 빈부격차를 보이는 셈이다. 즉 한국 프로야구의 최저 연봉이 너무 낮은 이유도 있지만 거품이 그만큼 심하다는 뜻이다.

게다가 강민호의 연봉에 대해서 언론에 발표되지 않은 내용까지 포함하면 90억원 안팎에 이를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실제로 강민호의 경우 FA 계약에서 필수적인 ‘옵션’ 조항이 없다. 옵션은 제 몫을 못하는 FA 선수들을 방지하기 위해 구단들이 마련하는 가장 흔한 장치다. 롯데가 75억원으로 축소해 발표한 것은 역대 최고 대우로 강민호의 자존심을 세워주면서도 과도한 금액이라는 비판을 비켜가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선수 역시 세금 때문에 적은 액수로 발표되는 것을 바란다.

원래 구단이나 선수가 FA 계약 내용을 정확하게 밝힐 의무는 없다. 이 때문에 선수들의 실제 몸값과 발표액이 차이 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로 통한다. 정근우의 경우 원소속구단인 SK는 4년간 70억원을 제시했으나 정근우가 옵션 없이 80억원을 요구하는 바람에 결렬됐다고 발표했었다. 하지만 정근우는 한화와 70억원에 계약했다. 이를 두고 야구계에서는 한화가 금액을 축소해 발표했을 것이란 얘기가 나돈다.

이와 관련 인터넷에는 한화와 각각 70억원, 67억원에 계약한 정근우와 이용규의 실제 액수가 78억원, 72억원이라는 설이 파다하다. 현직 모 선수의 카카오톡을 캡처한 것이어서 야구팬들은 신빙성이 높은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게다가 한화가 원소속구단과의 협상 기간이 끝나자마자 두 선수와 계약한 것과 관련, 야구계에서는 ‘탬퍼링(사전접촉) 금지’ 조항을 어긴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10구단 KT가 참가하는 내년에는 FA 시장이 더욱 커지고 뜨거워질 전망이다. 이 때문에 최대어인 SK의 최정은 벌써부터 100억원을 호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구단 운영의 합리화, 최저 연봉 개선 등을 바탕으로 FA에 대한 현실적인 기준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