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株 급등, 피임株 급락… “중국 증시는 베이비붐”

입력 2013-11-19 17:51 수정 2013-11-19 22:19


산아제한 정책을 완화키로 한 중국 증시가 ‘미니 베이비붐’ 전망에 들썩이고 있다. 분유 기저귀 유모차 등 육아용품업체 주가가 하루 만에 최대 10%까지 뛰었다. 출산율 상승을 예상하고 관련 주식을 사들이는 베이비붐 테마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19일 선전(深川) 주식시장에서 유아 전용 화장지 등을 만드는 C&S 페이퍼는 하루 최대 상승폭인 10%까지 오르며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 업체 간부 리우 유우는 “지금 우리가 만드는 아동용 제품은 회사 전체 상품의 10% 미만이지만 조만간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중국 정부가 제한적 두 자녀 허용 방침을 발표하고 처음 열린 전날 홍콩 주식시장에서는 분유나 이유식 제조업체가 일제히 올랐다. 야스리(雅士利) 인터내셔널 홀딩스가 전날보다 9.7% 뛰었고, 바이오스타임 인터내셔널 홀딩스는 6.5% 올랐다. 차이나 모던 다이어리 홀딩스와 차이나 멍니우(蒙牛) 다이어리도 각각 5.3%, 4.7% 상승했다.

아기가 입거나 타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도 재미를 봤다. 유아용 기저귀 제조업체 헝안(恒安) 인터내셔널 그룹은 6.5% 상승률을 기록했다. 유모차와 유아용 카시트(차량 보조의자)를 만드는 굿베이비 인터내셔널 홀딩스는 4.3% 올랐다.

이들 주가가 동반상승한 이유는 투자자들이 베이비붐을 예상하고 주식을 사들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 정부는 지난주 장이 끝난 15일 밤 부부 중 1명이라도 독자면 아이를 2명까지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1979년 도입한 한 자녀 정책으로 인구 불균형이 심해지자 제도를 수정한 것이다.

미국계 투자은행 제프리스앤드컴퍼니의 시장분석전문가 제시 구오는 블룸버그통신에 “이 정책은 이유식과 기저귀, 유아 의료용품 제조업체를 단기적으로 부양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베이비붐 전망에 기댄 투자심리는 다소 엉뚱한 종목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피아노 제조업체가 대표적이다. 하이룬(海倫) 피아노와 광저우(廣州) 펄 리버 피아노는 18일 하루 만에 10%씩 뛰었다. 아이를 더 낳으면 아무래도 피아노를 더 사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하이룬 피아노는 다음날도 10% 오르며 상한가를 쳤다.

광둥성 중남부 둥관(東莞)에서 악기점을 운영하는 다이 웬즈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WSJ에 “아이가 많다고 한 집에 피아노를 여러 대 두지는 않는다”며 “차라리 바이올린이나 중국 전통악기 고쟁처럼 작은 악기가 더 많이 팔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자녀 정책 관련 종목은 고전했다. 콘돔과 먹는 피임약을 만드는 휴먼웰 헬스케어는 18일 상하이 주식시장에서 장 초반 급락했다가 간신히 올라 0.8% 하락에 안도해야 했다. 다음날엔 1.0% 더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정책이 실행에 옮겨지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고 효과도 미지수라고 지적한다. 제프리스앤드컴퍼니의 구오는 “본격적 효과가 2015년에나 나타날 것으로 보이는 이 정책은 출산율을 6% 증가시키는 데 그칠 것”이라며 “(경제적) 혜택은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