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 기부’ 적극 유도… 일회성에 그치는 나눔 문화, 2013년 말까지 지원案 마련

입력 2013-11-19 17:46 수정 2013-11-20 00:22

유한양행 창업자 고(故) 유일한 박사는 1971년 76세로 숨을 거두며 회사 주식 등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했다. 유 박사는 “내가 모은 재산은 여러 사람을 위해 쓰여야 한다”며 ‘기업 이윤의 사회환원’을 몸소 실천했다. 아들에게는 “대학까지 졸업시켰으니 자립해서 살아가라”며 한푼도 남기지 않았다. 2011년 1월 별세한 작가 박완서씨의 유족은 고인이 남긴 현금자산 13억원을 서울대에 기부했다. 서울대는 이 돈으로 기금을 조성해 인문학 분야 박사후(後) 연구자에게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자신이 사망하면 소유하고 있는 재산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내놓는 유산 기부가 새로운 나눔문화로 주목받고 있다. 유산 기부는 상속 재산의 일부 혹은 전부를 그 소유자의 사망 전에 미리 일정한 계획 하에 행하는 기부다. 즉, 기부자가 기부할 재산 증빙서류를 갖추고 유언·공증 등 법적 절차를 거친 뒤 사망 후 재산을 모금단체 등 제3자에게 내놓는 방식이다.

19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2005년 처음 2명이 유산 기부 약정을 한 후 지난해까지 모두 30명이 동참했다. 이들이 기부하는 유산은 부동산, 전세금, 보험금, 예금, 현금, 공무원연금 등 다양하다. 하지만 국내 유산 기부는 기부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실제 지난해 미국 전체 기부금(3162억 달러) 중 유산 기부는 234억 달러로 7%에 달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09년 개인 상속·증여 기부 비율이 0.46%에 불과하다.

공동모금회 김효진 단장은 이날 보건복지부 주최로 열린 ‘유산 기부 제도 도입과 활성화’ 공청회에서 “최근 나눔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나눔문화가 크게 확산됐으나 아직 기업이나 단체 위주 법인 기부나 일회적, 단발성 기부가 많은 편”이라면서 “외국에 비해 개인의 계획 기부, 유산 기부 등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유산기부 등 다양한 계획 기부 모델 도입과 제도적 지원 방안을 연말까지 마련키로 했다. 이날 공청회에선 영국의 ‘레거시10(Legacy 10)’ 같은 기부 방식을 도입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레거시10’은 영국의 ‘유산 10% 기부’ 캠페인으로 이 경우 정부가 상속세율을 낮춰주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유산 기부액에 따라 상속세를 일정부분 감면해 주는 방안 등을 기획재정부와 협의할 예정이다. 또 기부한 자산을 공익재단이 금융회사에 맡겨 운용 수익 및 원금을 기부하는 ‘기부자조언기금’ 등의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