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中, ‘한국 관심 고려하겠다’는 약속 지킬 차례

입력 2013-11-19 18:18

중국 공안당국에 억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탈북자 15명의 앞날이 걱정된다. 중국 정부가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이들을 강제북송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들은 그런 악몽을 자주 경험했다. 가깝게는 라오스에서 추방된 탈북 고아 9명이 지난 5월 중국 쿤밍(昆明)과 베이징을 거쳐 강제북송되는 것을 안타깝게 지켜봤다.

북·중 국경을 넘은 이들은 한국으로 가기 위해 중국에서 동남아로 향하던 중 지난 15일 윈난성 쿤밍에서 공안에 체포됐다고 한다. 일행은 모두 17명이었으나 다행히 2명은 경찰에 잡히지 않았다. 이들이 북한을 탈출한 이유는 자명하다. 북한엔 희망이 없어서다. 인간이면 누구나 꿈꾸는 자유와 행복, 인간다운 삶을 누리려 하나뿐인 목숨을 걸었다. 북으로 보내지면 이들을 기다리는 건 절망과 고통, 죽음의 생지옥이다. 결단코 강제북송만은 막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 정부의 태도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중국은 북한과 체결한 ‘북·중 탈북자 범죄인 상호 인도 협정’과 ‘국경지역 업무협정’에 따라 매년 수천 명의 탈북자를 강제 송환하고 있다.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중국 정부의 방침이 바뀌지 않는 한 중국에서 숨죽이며 숨어 지내고 있는 수많은 탈북자는 바람 앞의 등불 신세일 수밖에 없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6월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제기한 탈북자 강제 북송문제에 대해 “한국의 관심을 잘 고려하겠다”고 했다. 중국 정부는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 중국은 1967년 난민의정서에, 1982년 유엔난민지위협약에 가입했다. 더욱이 지난 13일에는 내년 1월부터 3년간 활동할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 선출됐다. 이에 걸맞은 조치가 어떤 건지는 중국 정부도 잘 알 것이다. G2 국가로서 중국도 이제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북·중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 5월의 악몽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모든 외교적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정부가 이들 15명을 북송하지 말고 인도주의 차원에서 개인 희망에 따라 제3국으로 보내줄 것을 중국 당국에 요청했다고 한다. 당연한 요구다. 미국 정부도 이들의 강제북송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힘을 보탰다. 최근 유엔 북한 인권 특별조사위원회(OCI)가 중국이 유엔 난민협약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등 국제사회 여론도 탈북자에 더 없이 우호적이다. 지난해 4월 당시 후진타오 국가주석 방한에 즈음해 정부의 외교적 노력으로 중국 주재 한국 총영사관에서 3년 넘게 머물던 탈북자 4명을 한국으로 입국시킨 전례도 있다. 중국이 부담을 갖도록 국제사회와 더불어 여론을 환기시키는 데 더 많은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