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근민 제주지사 당적 바꾸기 몇 번째인가

입력 2013-11-19 18:17

새누리당이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우근민 제주지사의 입당을 승인한 것은 국민들은 물론 제주도민들의 정치적 선택권을 침해한 것이다. 2010년 여당도 야당도 아닌 무소속으로 당선된 그를 갑자기 받아들인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내년 6월로 예정된 지방선거를 겨냥해 현직 도지사인 그를 영입했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감탄고토(甘呑苦吐)식의 비열한 행태다.

무엇보다 우 지사 본인의 곡예와 같은 정당 바꿔타기 행보는 한국정치를 더욱 욕보이는 파렴치하고 몰지각한 행위다. 새누리당과 한나라당의 원조인 민주자유당에 입당했다가 새정치국민회의로 옮겨 민선 도지사로 당선된 뒤 2002년에 재선에 성공한 그는 선거법 위반으로 2년 뒤 지사직을 잃었다. 2010년에는 민주당에 입당했지만 성희롱 경력이 문제가 되자 탈당해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두말할 것도 없이 정당은 같은 정치철학과 이념을 가진 사람들의 결사체다. 따라서 모름지기 정치인이라면 정당을 함부로 바꿀 수 없거니와 그래서도 안 된다. 자신이 소속된 정당의 정강정책 등을 보고 표를 몰아준 유권자들을 생각할 때 당을 옮기는 것은 이들에 대한 배신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우 지사는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밥 먹듯 당을 옮겼다.

정치적 신념이나 유권자들과의 약속은 헌신짝처럼 버리고 양지를 전전하며 도지사직에 목을 건 듯한 그의 모습은 혐오증을 유발하는 우리 정치를 더욱 얕잡아보게 하고 저질로 만들고 있다.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완성을 박근혜정부와 함께 하겠다는 소감은 구차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철새 정치인이라는 비아냥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특정 직종의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현직 국회의원을 당에서 쫓아냈던 새누리당이 성희롱 전력이 있는 그를 받아들인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사상 최초로 여성 대통령을 배출한 집권당에서 성희롱 경력을 가진 사람을 버젓이 받아들이다니 제 정신인지 되묻고 싶다. 우 지사의 입당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국민들의 거센 심판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은 새누리당이 더 잘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