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열대부터 남극까지 대자연이 살아 뛴다
입력 2013-11-19 17:38
국내 최초의 국립생태원이 다음 달 27일 충남 서천에서 문을 연다. 아시아 최대 규모인 국립생태원의 초대 원장으로는 ‘통섭’의 대가인 동물학자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지난달 임명됐다.
국립생태원은 대안사업으로 탄생했다. 세계 5대 갯벌지역인 서천을 매립해 군장산업단지를 만드는 게 당초 계획이었다. 하지만 환경을 보존하자는 환경부와 지역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서천군 등 여러 관계 기관이 뒤엉켜 숱한 논란을 겪다 생태원 건립이 결정됐다. 매년 150회 외부강연을 하고 환경·생태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는 최 교수가 왜 서천까지 내려갔을까 하는 궁금증을 갖고 생태원을 찾은 지난 12일은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필리핀에 슈퍼태풍 하이옌이 몰아쳐 엄청난 피해가 난 직후였다.
99만8000㎡(30만평) 부지 위에 3400억원의 국비를 투입해 만들어진 생태원은 지구의 축소판이다. 열대·온대·사막·지중해 및 극지관 등 세계 주요 기후대별 생태계를 조성했고, 한반도 남부의 난온대 상록활엽수림부터 북부 개마고원의 한대 침엽수림까지 삼림생태계도 만들었다. 또 람사르 지정 습지, 하천 배후 습지, 묵논 습지, 둠벙(웅덩이) 등을 모델로 습지생태원도 마련했다. 한마디로 지구의 모든 생태계를 한꺼번에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식물 5000여종 114만2000여 개체와 동물 240여종 4200여 개체가 함께 살고 있다.
생태원의 모든 시설은 이름에 걸맞게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졌다. 3중 유리창에 태양열, 태양광, 지열을 이용해 에너지를 70% 절감할 수 있게 했다. 논은 습지로, 밭은 사슴생태관으로 꾸미고 생태원을 관통하는 지방도로는 지하에 건설했다.
권혁균 생태교육협력본부장은 “사슴생태원에 고라니를 방사했는데 인근 야생 고라니가 자주 출몰한다. 또 온대관에 수컷 청개구리만 넣었는데 울음소리를 듣고 암컷들이 찾아들어 산란까지 해 청개구리 아성체가 급증했다”며 생태원의 환경친화성을 강조했다. 동물학 박사 정석환씨는 “생태원 내에 조선시대부터 농업용수를 대던 용화실 못을 확장하고 식생조성을 했더니 개장하기도 전인 지난겨울에 천연기념물 201호 큰고니가 12마리나 찾아왔다”고 말했다.
국립생태원의 롤 모델은 영국 왕립식물원 큐(Kew)가든과 미국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이다. 환경부 이상진 홍보팀장은 “국립생태원이 자리를 잡으면 생태계 보존과 기후변화, 환경변화에 대응할 정책을 마련할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최재천 원장은 초창기에 생태원 설립을 컨설팅했다. 그의 계획 중 일부는 실행되지 못했지만, 현 생태원의 바탕은 그가 디자인한 작품이다. 그는 전 세계 인맥을 활용해 최고의 생태원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세계적으로 진귀한 안경원숭이의 사육을 세계 최초로 성공시키는 프로젝트 등도 계획 중이다. 이혼당할 각오로 서천에 내려왔다는 최 원장은 “생태원은 무한경쟁을 해야 하는 곳”이라며 “소명의식을 갖고 최고의 연구중심기관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서천=사진·글 김태형 선임기자 kim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