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성태윤] 미국 경기회복의 두 가지 축

입력 2013-11-19 17:38


최근 미국경제는 10월 신규 일자리가 20만4000명에 달해 12만명 정도를 기대했던 시중 예상을 뛰어넘는 회복세를 보였다. 실업률은 7.3%로 9월 대비 다소 증가했지만 연방정부 폐쇄로 인한 고용 감소를 감안하면 민간 고용창출은 상당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물론 이러한 미국 실물경기 회복의 가장 중요한 기반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연준)가 주도하는 양적완화다.

그런데 양적완화 외에도 미국 실물경기 회복에 기여하는 또 하나의 축이 있는데, 2009년 제정된 ‘미국 경기회복 및 재투자 법안(American Recovery and Reinvestment Act)’에 따른 경기부양 패키지다. 양적완화를 통한 경기회복 추진에 재정정책을 결합시킨 것인데, 두 정책 모두 공통적으로 부동산 경기를 안정적으로 회복시키는 노력이 포함되어 있다.

최근에는 이 법안에 따른 경기부양책의 경제적 성과에 대해 여러 분석들이 제시되고 있다. 효과의 정도에 대해서는 추정 방법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고, 효과가 작다는 연구도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는 고용창출과 경제성장률에 일정 부분 기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재정 투입을 통한 경기부양은 단기 효과는 크지만 장기 재정 건전성 문제로 경기 회복에 계속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예를 들어 과거 대공황에 대응했던 1930년대 미국의 정부지출은 효과가 제한적이었고 사용이 중단되면 경기가 다시 후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지출이 경기부양에 기여할 수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따라서 이때는 재정 건전성 악화를 막으면서 재정 투입으로 인한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사업내용 설정이 중요한데 ‘미국 경기회복 및 재투자 법안’에서는 민간수요 부족을 공공지출로 대체해 경기부양 효과를 높이되 장기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공공 인프라 건설에 초점을 두었다. 즉 세금 감면을 제외하면 저소득자 및 실업자에 대한 지원과 함께 교통·통신·수질·에너지 및 공공시설을 개선하는 인프라 건설 재투자가 이 법안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물론 폴 크루그먼 교수 같은 법안 지지자들은 법안의 전반적인 지출 규모가 너무 작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그러나 현재 미국 재정을 고려하면 규모 자체를 늘리기보다 투자항목 선정이 중요하며, 경기회복 핵심에는 부동산 경기의 안정적 회복이 중요하다는 사실이 반영됐다.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부양 가능성에 대한 가장 큰 비판 가운데 하나가 투자가 금리에 잘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금리가 낮아져도 소용없다는 것이었다. 실제 양적완화를 통한 경기부양의 핵심 채널은 금리를 통한 기업 투자 자극보다는 가계 금리 부담을 완화시키고 부동산 자산의 가격 하락을 막음으로써 소비 기반을 확대하는 쪽에 있었다.

결국 연준의 양적완화가 민간의 부채 부담을 완화시켜 주택가격 하락을 막고 부동산 경기를 정상화시킴으로써 고용과 소비를 확대해 경기 안정화 채널로 작동시키는 동시에 행정부는 또 하나의 축인 정부지출을 통해 공공 인프라 건설에 투자함으로써 이러한 노력을 추가로 강화하는 것이다. 특히 행정부 입장에서는 장기 생산성 향상을 위해 현재의 노후한 미국 공공 인프라를 대체하는 것이 중요한데 민간건설 수요가 위축된 경기침체기가 공공 인프라 재투자의 최적기이기도 하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현재 우리도 민간 부문의 부동산 경기 하강이 소비와 소득을 위축시켜 실물경기 회복을 가로막는 중요한 걸림돌이 된 가운데 실물자산 가격의 지속적 하락이 경기 침체와 결합되면서 일본식 장기 디플레이션으로 번지는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따라서 통화정책에 재정지출을 결합시켜 부동산 경기 회복을 꾀하되 이러한 공공 인프라 투자가 장기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 노력한 미국 사례는 실물경기 회복이 절실한 우리에게 시사점을 주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