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돕기 위해 다시 하나 된 한국교회 “재난 당한 이웃 구호는 기독인의 선택 아닌 필수”
입력 2013-11-19 17:40 수정 2013-11-19 21:37
필리핀을 향한 한국교회의 초교파 연합구호사역이 첫발을 뗐다.
슈퍼태풍 하이옌이 강타한 타클로반 지역을 중심으로 펼쳐지게 될 한국교회의 연합구호는 현장 조사 및 긴급 구호부터 중·장기 재건사업에 이르기까지 현지 요구에 부응하는 ‘맞춤형’ 사역에 초점을 두고 이뤄질 전망이다.
‘한국교회필리핀재해구호연합’(이하 재해구호연합)은 19일 오전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공식 출범식 및 기자회견을 갖고 본격 활동에 나섰다.
재해구호연합은 우선 20일 취재진을 포함해 10여명으로 꾸려진 긴급조사·구호단을 최대 피해지역인 타클로반 현지에 파송한다. 이들은 현지 협력 파트너인 필리핀교회협의회(NCCP)와 필리핀연합교회(UCCP), 필리핀 동부 및 세부 지역의 한인선교사들과 함께 사마르, 아클란, 카피즈 등 주요 지역의 피해현황을 조사하는 한편 긴급구호활동도 펼친다.
중·장기적으로 주택 및 교회 재건, 이재민 수용소 환경개선, 전염병 예방 지원을 비롯해 NGO 등과 함께 인프라 재건사업을 돕는다는 구상도 밝혔다. 간사단체로 참여하는 한국교회희망봉사단(한교봉) 김종생 사무총장은 “무엇보다 구호단체 중심이 아닌, 현지 주민의 입장과 눈높이에서 그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는 데 사역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반짝’ 하고 빠져나가는 사역이 아니라 지속적인 사역으로 이어나갈 것”이라고 사역 방향을 설명했다.
이번에 결성된 재해구호연합에는 대표적 교회연합기구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을 비롯해 예장통합 및 백석, 기감, 기장, 기하성(여의도순복음) 등 42개 주요 교단과 한교봉을 포함한 3개 기독교 봉사단체 등이 뭉쳤다.
교계지도자 20여명이 참석한 출범식에서는 ‘연합’ ‘섬김’ ‘겸손’ 등의 단어가 빈번하게 오르내렸다.
재해구호연합 상임대표를 맡은 박위근 한교연 대표회장은 “개별 교단보다는 한국교회의 이름으로 함께 도울 때 시너지가 크다”며 교회의 연합정신을 강조했다. 김영주 NCCK 총무가 “어려운 일을 당한 이를 돕는 건 당연하다. 과시하지 말자”며 겸손을 당부한 데 이어 상임총무인 이태근(NCCK 국제위원장) 목사는 “교단 이름보다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데 주력하자”고 호소했다. 한교봉 대표로 배석한 오정현 목사는 “교단과 신학은 다르지만 섬김과 봉사로 하나가 될 수 있다”며 한국교회의 화합을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한국교회 온 성도들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통해 “재난을 당한 이웃을 돕는 일은 그리스도인의 ‘선택’이 아닌 ‘필수’이어야 한다(마 25장)”면서 기도와 모금 동참을 요청했다. 앞서 한국교회는 아이티대지진(2010년) 및 동일본대지진(2011년) 발생 당시에도 초교파 연합구호사역을 통해 각각 121억8000만원, 36억6000만원 상당의 물품 및 구호 지원활동을 펼쳤으며, 현재도 진행 중이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