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경호] 헬리맘의 안개비행

입력 2013-11-19 17:39

자녀가 유치원에 들어가는 순간 학부모는 대입 수험생이 된다는 말이 있다. 이름은 실명 대신 ‘∼엄마’나 ‘∼맘’으로 바뀐다. 오죽하면 어려서부터 ‘아인슈타인’ ‘서울우유’만 먹인다는 농담이 나올까. 사교육 시장에선 ‘할아버지 재력과 아빠의 무관심, 엄마의 정보력’이 대학을 결정한다고 한다. 엄마와 사교육의 영향력을 대변한다.

‘헬리콥터맘’, 속칭 헬리맘은 자녀 주위를 맴돌며 챙기는 엄마를 말한다.

요즘 헬리맘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대학입시가 또 바뀐다는 뉴스 이후다. 내년에 수능을 치르는 고2는 물론 대통령 임기 말인 2017년에 고3이 되는 현재 중2는 어차피 ‘박근혜표 입시’에 몸을 맞춰야 한다. 반면 중1 이하는 2018년 차기 정권에서 또 바뀔 입시에 대비해야 한다. 수능·내신이냐, 특기·논술이냐 고민들이다. 일반고 엄마들은 풀이 죽었다.

그들은 1999년 고1의 악몽을 떠올린다. DJ 대선공약이 반영된 교육개혁안이 발표됐다. 고교 평준화에 야간학습과 0교시 수업 폐지, 모의고사 폐지 등 정신없이 입시대책이 쏟아졌다. 3년 후인 2001년. 수능은 ‘물수능’이었다. 입시 현장은 눈치작전의 도박판으로 변했다. 02학번은 ‘단군 이래 최저학력’이란 오명을 뒤집어썼다. 이른바 ‘이해찬세대’다. 2003년 노무현정부에선 수능·내신에 등급제가 도입됐다. 서울대 폐지론 속에 나온 본고사·고교등급·기여입학을 금하는 3불(不) 정책도 그대로 적용되지 못했다. 명문대들이 쉬쉬하며 고교서열 등급을 자녀들의 시험 점수에 반영하는 ‘반칙의 현장’을 봐야 했다. 2008년 이명박정부에선 느닷없이 입학사정관제가 시행되고 수시모집이 확대됐다. 다시 스펙 열풍이 불었다. 엄마들은 3300개에 달하는 대학별 수시전형을 챙겨야 했다. EBS와 연계한 수능은 1% 만점자 가이드라인에 묶여 물과 불을 오갔다. 본고사나 다름없는 구술면접·논술 탓에 사교육 시장은 더 커졌다. 정권 출범 시 바뀌는 입시부담은 고스란히 엄마들의 몫으로 돌아왔다.

지난 14일 서울대 입시안이 발표됐다. 엄마들의 입에선 수능 한방, 특목고 광풍이란 말이 오르내리고 있다. 서울대가 특목고에 러브콜했다는 쑥덕거림도 들린다. 문과생 의대 지원은 ‘고득점 특목고생은 서울대로 오라’는 메시지란다. 벌써 학원마다 맞춤형 과외 프로그램들을 내놓고 있다. 불수능은 사교육 시장을 키우고, 물수능은 ‘新이해찬세대’를 재연한다. 과연 헬리맘들은 ‘박근혜표 대학입시’란 짙은 안개를 어떻게 헤치고 나갈까. 사교육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김경호 논설위원 kyung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