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朴 대통령은 토론보다 리포트를 좋아해!

입력 2013-11-20 05:06


청와대에서는 요즘 ‘대수비(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가 띄엄띄엄 열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초반 매주 한 번꼴이었다가 점점 간격이 길어지더니 최근 들어선 한 달에 한 번이 됐다.

지난달 31일 박 대통령은 영국 프랑스 벨기에 순방을 이틀 앞두고 대수비를 열어 국가기관 선거개입 의혹 등 이른바 ‘정치 현안’에 대한 소신을 쏟아냈다. 그리고 이달 들어선 아직 없다. 청와대 사람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면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참모들의 구두보고보다는 ‘잘 만든 리포트’ 보고를 선호한다고 한다.

매사를 꼼꼼하게 챙기는 박 대통령은 어떤 현안이든 소상하게 보고받길 원한다. 한번 말하면 지나가 버리는 구두보고보다 두고두고 검토할 수 있는 보고서를 훨씬 선호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기춘 비서실장이 대통령 지시사항의 이행 여부를 챙기는 ‘실수비(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가 대수비를 대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올 상반기 박 대통령은 거의 매주 대수비를 소집해 자신의 생각을 공개했다. 그리고 이 발언들은 언론에 대서특필되곤 했다. 대수비 자체가 박 대통령의 메시지를 국민과 정치권에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했다. 리포트를 선호하는 것도 있지만 최근 정국이 경색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 현안에 끼어들지 않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 이외 수석들의 발언 내용은 공개되지 않는다. 참석자들의 전언을 종합해보면 각 수석들은 담당 분야를 보고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주로 일방통행식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수석들은 보고하고 박 대통령은 지시하는 방식이다. 토론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대통령의 대외용 발언이 길어지면서 토론 시간 자체가 줄어든 측면도 있다.

역대 정권의 대수비는 조금 달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수비에서 수석들이 서로 앞 다퉈 현안을 언급하고 경쟁하다시피 아이디어를 내놓는 걸 좋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386(당시 3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 핵심 비서관들까지 대수비에 불러 시국토론을 벌일 정도였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