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강하고 더 가벼운 신소재를 찾아라” 화학업계,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개발 경쟁

입력 2013-11-19 17:14

화학업계의 ‘신소재 전쟁’이 뜨겁다.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미래 성장엔진이 될만한 신소재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특히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 주목받고 있다.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공업용 플라스틱보다 강도, 탄성 및 내열성 등이 뛰어나고 금속·세라믹에 가까운 특성을 지닌다. 전기·전자, 자동차 부품 등으로 사용된다. 최근 수요가 늘고 시장이 커지면서 각 화학업체는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생산설비를 경쟁적으로 짓고 있다. 기술 유치, 합작사 설립 등도 잇따르고 있다.

◇왜 첨단소재 경쟁인가=19일 산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세계 부품·소재 시장에서 5위권의 강국이다. 2011년 기준 우리 화학산업(부품·소재 포함)은 수출 777억 달러, 수입 609억 달러를 기록했다. 화학산업 종사자는 전체 제조업 인력의 12.3%(2010년 기준)를 차지한다. 전자(26.7%), 기계(16.0%)에 이어 세 번째로 산업계 비중이 크다.

하지만 고부가가치 첨단부품·소재 분야 기술 경쟁력은 독일, 일본 등 선진국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여기에다 중국 등 후발주자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거세게 추격하면서 ‘넛 크래커(nut-cracker·호두까기)에 낀 호두’ 신세가 되고 있다.

다급해진 화학업계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기존 석유화학 제품에서 신소재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더 강하고 가벼운 소재인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개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신소재는 곧 미래”=효성은 2004년부터 500억원을 투입한 고분자 신소재 ‘폴리케톤(polyketone)’ 개발에 최근 성공했다. 내년부터 상용화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2015년까지 연산 5만t 규모의 폴리케톤 공장을 세워 독점 생산할 예정이다. 효성은 국내 133건, 국외 27건의 관련 특허출원·등록을 마쳤다.

폴리케톤은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용도(자동차·전기·전자제품 내외장재, 연료계통 부품 등)와 초고강도 슈퍼섬유 용도(타이어코드, 산업용 로프 등)로 사용할 수 있다. 효성 관계자는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분야에서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원천기술을 확보했다”며 “2020년까지 소재산업에서 약 1조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SK케미칼은 일본 화학기업인 데이진과 합작해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시장 공략에 나섰다. SK케미칼은 지난달 1일 합작회사인 이니츠 출범식을 갖고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페닐렌설파이드(PPS) 생산을 위한 공장 설립에 들어갔다. 2015년까지 울산공장에 전용설비를 세워 매년 1만2000t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니츠는 친환경 PPS인 ‘에코트란’을 생산할 예정이다. PPS는 슈퍼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대표 소재로 금속 대체용으로 쓰임새가 확대되고 있다.

일본 화학기업인 도레이의 한국법인인 도레이첨단소재는 새만금에 3000억원을 들여 PPS 공장을 세운다. 생산제품 대부분은 중국에 수출할 예정이다.

패션사업 부문을 삼성에버랜드에 넘길 예정인 제일모직도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제일모직은 2010년에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의 핵심 소재인 폴리카보네이트 생산라인을 증설하는 등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 중국 광둥성에 내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공장을 짓고 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