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완다 대학살 때 난민 소년 한국 명문대 유학생으로 온다

입력 2013-11-18 18:30

19년 전 ‘르완다 대학살’ 당시 가까스로 목숨을 건져 타국에서 난민 생활을 하던 르완다 청년이 서강대학교로 유학을 온다. 르완다 대학살은 1994년 4월 르완다의 후투족 강경파가 투치족뿐 아니라 후투족 온건파 100만명가량을 학살한 사건이다.

수기라 구스타베(25)씨는 당시 7세였다. 군인이었던 아버지와 어머니, 동생들이 모두 숨지고 구스타베씨만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아 탄자니아로 몸을 피했다. 그러나 2년 뒤 탄자니아의 난민캠프가 폐쇄되는 바람에 구스타베씨는 떠돌이 생활을 했다. 르완다는 여전히 후투족과 투치족 간 보복살인이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고향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1998년 에티오피아와 남수단 출신 난민들이 모여 사는 케냐 북서부 카쿠마 난민캠프에 정착했다.

극도로 가난한 형편이었지만 공부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난민캠프에서 운영하는 예수회 난민 서비스(JRS)의 대학 온라인 학위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영어와 스와힐리어 등 5개 언어를 공부해 지금은 유엔난민기구(UNHCR)에서 통역관으로 일하고 있다. 이런 이력 덕분에 구스타베씨는 르완다 대학살 난민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서강대 유학생에 전액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그의 꿈은 대학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한 뒤 내전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대륙에 희망을 찾아주는 것이다. 구스타베씨는 “누구보다 혹독하고 잔인한 어린 시절을 겪었다. 대학살 와중에 부모님을 잃고, 죽음의 문턱까지 가봤다”며 “다른 사람들이 이런 과거를 겪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