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과 여야, ‘국민이 바라는 정치’ 알고는 있나

입력 2013-11-18 18:13

야당은 대선프레임에서 벗어나고, 여권은 정치력 발휘해야

국회에서 18일 행해진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시정연설에도 불구하고 정국은 극한 대결로 치닫는 형국이다.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 내용에 대해 민주당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면서 대여투쟁의 수위를 높이기로 한 것이다. 민주당은 시정연설 직후 국회 본관 계단에서 규탄집회를 갖고 박 대통령에게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특검 도입을 주문했다. 황교안 법무장관과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에 대한 해임안을 제출키로 했고, 19일부터 닷새간 열릴 국회 대정부질문을 통해 대여공세를 강화할 태세다.

박 대통령은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 ‘평화통일 기반구축’이라는 4대 국정기조별로 정책 추진 상황을 설명하고, 관련 법안들과 새해 예산안의 차질 없는 처리를 간곡히 당부하는 데 시정연설의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당연히 언급해야 할 대목들이다.

하지만 관심은 꼬일 대로 꼬인 대치정국에 대한 박 대통령의 발언 수위였다.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계기로 정쟁만 난무하는 현 상황이 해소될 수 있을지가 주목의 대상이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대선을 치른 지 1년이 되어가고 있는데 정치권의 대립과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안들에 대한 진상 규명과 문책, 국가기관의 정치개입 금지, 국정원 개혁 등을 약속했다. 여기까지는 종전 입장을 재확인한 수준이나, 예전보다 전향적인 언급도 있었다. 특검 도입에 부정적이었던 박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특검 도입과 국정원 개혁특위 구성이라는 민주당 요구에 대해 여야가 합의한다면 존중하고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것이다.

새누리당은 야당 요구를 박 대통령이 상당히 수용했다고 해석했지만 민주당 반응은 냉랭했다. 김한길 대표는 “(박 대통령의) 말씀은 많았지만 정답은 없었다”고 촌평했고, 전병헌 원내대표 역시 “국민 눈높이에도, 민주당 눈높이에도 턱없이 부족한 연설”이라고 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실망스러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과연 국민들이 바라는 정치를 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대선은 11개월 전에 끝났다. 언제까지 대선 프레임에 갇혀 국정을 등한시할 셈인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가 미덥지 못하더라도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특검의 즉각적인 도입을 고집하기보다 일단 결과를 지켜보는 게 순리다. 정국경색의 모든 책임을 대통령에게 전가하며 윽박지르는 듯한 자세 또한 제1야당다운 모습이 아니다. 투쟁에 몰두하기보다 국회에서 본연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할 때 국민들 곁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의 공세에 역공세로 맞불을 놓으며 정국을 혼탁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상생을 위한 정치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여권 역시 반성해야 한다. 여권의 불통과 무기력증에 대해 분노하는 국민들이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