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 왜 특급 신인투수가 없을까

입력 2013-11-18 18:00

최근 프로야구에서 특급 신인투수가 등장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두산을 제외한 8개구단의 2013년 신인 지명 투수 41명을 상대로 ‘학생시절 투구양상과 현재 건강상태’를 조사해 그 이유를 밝혀냈다.

KBO 산하 야구발전실행위원회는 18일 “조사결과 학생 시절부터 과도한 훈련과 무리한 등판으로 부상에 노출된 탓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에는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박진영 교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이승준 교수, LG 트윈스 김용일 트레이닝 코치가 참여했다.

조사 대상 41명 가운데 어깨 통증 혹은 수술 병력이 있는 선수는 26명(63.4%), 팔꿈치 통증 혹은 수술 병력이 있는 선수는 31명(75.6%)이었다. 통증이 없거나 수술 병력이 없는 선수는 고작 5명이었고, 그 중에서도 1명은 타격할 때 통증이 있었다. 결국 어깨와 팔꿈치가 건강한 신인 투수는 겨우 4명에 불과했다.

이렇게 부상이 빈번한 것은 무리한 등판과 훈련 때문이었다. 조사 대상자들의 입단전 한 경기 최다 투구 수는 평균 127개로 미국 스포츠의학원의 권고량(한 경기 최대 106개)을 초과했다. 이 가운데 2명은 한 경기 200구 이상을 던진 적이 있고, 150구 이상 던진 선수는 14명이나 됐다. 입단 전 평균 투구이닝은 8.6이닝에 달했다. 또 조사 대상자의 65.9%(27명)은 통증을 참고 투구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동계에도 무리한 훈련이 이어진 탓에 부상 위험이 더 커졌다. 조사 대상자들은 연평균 1.8개월간 진행된 동계훈련에서 하루 평균 162.5개의 공을 던졌다. 추운 날씨에 무리하게 투구한 적이 있다는 선수가 49%에 이르렀다.

변화구를 배우는 시기가 너무 빠른 것도 몸에 부담을 주고 있었다. 선수들은 평균 12.3세에 커브볼을 배웠고 16.2세에 슬라이더를 배웠다. 미국 스포츠의학원이 권고한 나이(커브 14∼16세, 슬라이더 16∼18세)와 비교해 이른 편이다.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