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사회 해악만 끼친 ‘사초’ 논란
입력 2013-11-18 17:59 수정 2013-11-18 21:57
검찰이 지난 15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수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13개월을 끌어온 여야 간 정쟁이 그치지 않고 있다. 각자가 주장한 것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음에도 진정성 있게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서로를 “거짓말쟁이”라고 부르며 책임을 미루고 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진위 논란, 국가정보원의 대화록 일방 공개, 국회의 대화록 원본 공개 의결, 사초 실종으로 이어진 소모적인 정쟁이 얼마나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지를 역설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검찰 수사에서 최종 확인된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새누리당이 지난 대선 때부터 주장해 온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은 사실상 없었고, 민주당과 친노가 ‘못 찾는 것’이라고 했던 대화록 최종본은 고의든 실수든 국가기록원에 미이관됐다는 사실이다. 포기 발언 진위와 대화록 실종 경위가 NLL 정쟁의 핵심이었기 때문에 여야 모두 자숙하고 반성해야 할 입장이다. 그러나 양측 모두 상대방의 책임만 부각시키며 정쟁을 키우고 있다.
NLL 정쟁은 지난해 10월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면 의원직을 포함한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6월에는 국회 정보위원장인 서상기 의원도 비슷한 말을 했다. 김무성 의원은 지난해 12월 부산 유세에서 대화록 내용을 낭독했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에서 사과하는 사람은 없다. 민주당은 서 위원장과 정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이에 서 의원은 18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포기 취지의 발언을 분명히 했다”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포기라는 단어를 썼고, 노 전 대통령이 동조하는 발언을 한 것은 국민 배신행위”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당내에서조차 해명이 궁색하다는 비판이다.
민주당은 대화록 미이관에 대해 입을 닫고 있다. 노무현재단이 “실무 착오였다.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언급한 것이 전부다. 민주당이 지난 7월 각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등 자료 제출 요구안’을 당론으로 밀어붙인 점을 고려하면 무책임한 처사에 가깝다. 원본 공개를 앞장서서 요구했던 문재인 의원은 이날까지 나흘째 사실상 침묵하고 있다. 당 지도부가 대화록 유출 및 유통경로 등에 관한 특검 도입을 주장하고 나선 데 대한 당내 시선은 싸늘하다. 수도권 한 재선 의원은 “민주당이 원본 공개를 당론으로 정할 때부터 스텝이 꼬였다”며 “솔직히 특검을 마구 제기한다는 비판이 나와도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