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그리스·이탈리아 정정불안-美 재정절벽 잠복
입력 2013-11-18 17:59
‘그리스의 구제금융 신청과 유로존 탈퇴 우려, 이탈리아의 정권불안, 일본의 아베정권 출범 후 경제정책 변화, 미국의 정치권 부채 한도 협상 난항….’
2012년 이후 전 세계 금융시장은 주요국의 정치 상황에 따라 크게 출렁였다. 문제는 지난달 금융시장을 흔들었던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부분 업무정지) 등 강력한 정치 변수가 내년 상반기까지 2∼3개월에 한 번씩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주요국의 정치 이벤트가 세계경제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세계 금융시장을 가장 긴장시키는 곳은 미국이다. 장기 재정(다음달 13일까지), 예산안(내년 1월 15일까지), 정부 부채한도(내년 2월 7일까지) 협상 과정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양측이 ‘버티기’로 나선다면 2차 연방정부 셧다운과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은행 김중수 총재는 지난 14일 기자설명회에서 “미국 정부의 예산안 및 부채한도 증액을 둘러싼 불확실성 지속 등이 세계경제 성장의 하방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투증권 진은정 연구원은 18일 “미국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는 정치적 불확실성”이라며 “(정치 갈등으로) 경제 주체들의 소비와 투자 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유럽의 제조업 강국인 이탈리아는 자유국민당(중도우파)과 민주당(중도좌파, 엔리코 레타 총리) 연립정부 붕괴 가능성이 상존한다. 연정 붕괴 시 이탈리아 신용등급이 투자 부적격 등급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잇따른다.
국제금융센터 안남기 연구원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상원의원직 박탈 여부 표결(오는 27일), 자유국민당 거취 관련 당 투표(12월) 등 정국 불안요인이 있으며 연정 지속 여부 및 이와 관련한 조기 총선 우려는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최근 “유로존 경제의 16%를 차지하는 이탈리아의 정국 혼란과 경제 위기가 유럽으로서는 그리스 등의 문제보다 훨씬 심각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과거 유로존 탈퇴 여부로 세계 금융시장을 긴장시킨 그리스도 ‘트로이카’ 국제 채권단인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과 지난 5일부터 추가 긴축재정 조치 관련 협상을 재개했으나 난항을 겪고 있다. 2004년, 2009년 정권교체 등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총선 전후 18∼19%의 주가 급등락을 경험한 인도 역시 내년 5월 말 실시할 총선을 앞두고 이미 정치 불안이 확대되고 있다.
국내 정치 상황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가기관 대선개입을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부동산 관련 법안 등 다수의 민생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