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강철 체력 담금질해 여자핸드볼 강국 재현한다
입력 2013-11-19 04:58
대표팀, 세계선수권 앞두고 훈련 구슬땀
“막아, 막아!” “나와!” “더 빨리!”
18일 오후 서울 공릉동 태릉선수촌 오륜관(핸드볼 훈련장). 훈련장이 쩌렁쩌렁 울렸다. 임영철(53) 여자 대표팀 전임 감독은 매서운 눈초리로 선수들을 다그치며 훈련을 지휘했다.
12월 6일(현지시간) 세르비아에서 개막하는 제21회 세계여자선수권대회를 대비한 훈련이었다.
국제핸드볼연맹(IHF) 랭킹 8위인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A조에 편성됐다. 한국으로선 최악의 조 편성이다. IHF가 홈페이지를 통해 A조를 ‘아주 강력한 그룹(very strong group)’이라고 소개할 정도로 A조엔 강팀이 즐비하다. 한국은 유럽 챔피언 몬테네그로, 네덜란드, 프랑스, 콩고, 도미니카공화국을 상대로 생존경쟁을 벌여야 한다.
1970년대부터 국제무대에서 활약한 한국 여자 핸드볼은 1980년대 중·후반 ‘한국형 핸드볼’을 만들어 강호로 발돋움했다. 빠른 스피드와 체력을 바탕으로 한 끈끈한 수비에 유럽 스타일을 접목한 한국 여자 핸드볼은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영광의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다른 나라가 우리 스타일을 모방하면서 한국팀은 약해졌다.
최근 한국팀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선체력-후기술’로 팀을 리빌딩하고 있다. 선수들을 모두 활용할 수 있도록 선수 개개인의 기량 차이를 줄이는 게 첫 번째 과제다. 그렇게 해야 체력을 안배하고, 체력 부담이 큰 전진 수비와 변형 수비 믹스 전략을 쓸 수 있다.
임 감독은 ‘한국형 핸드볼’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고 했다.
“예전에 한국형 핸드볼로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작지만 빠르고 강한 게 장점이었죠. 그런데 지금은 유럽 팀들이 한국형 핸드볼을 간파했습니다. 그들을 이기려면 우리의 장점을 다시 살려야 합니다. 한국 특유의 투지에 빠른 스피드와 빠른 패스를 접목한 새로운 한국형 핸드볼을 만들고 있습니다.”
임 감독은 따라서 훈련 때 체력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훈련 방식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스파르타식이죠. 다만 훈련 도중 요즘 유행하는 말과 행동으로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주려 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번 대회 목표를 8강으로 잡았다. 대한핸드볼협회는 임 감독에게 2012년 런던올림픽과 브라질 세계선수권대회의 경기가 녹화된 DVD를 제공했다. 또 스페인 대표 출신인 자우마 포르트(46) 골키퍼 코치와 1개월간 계약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 출전한 포르트 코치는 한국 골키퍼들이 훈련을 열심히 하지만 기술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유럽에서는 골키퍼가 경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50% 이상으로 볼 만큼 골키퍼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한국 골키퍼들이 경기를 많이 뛰지 못하는데, 이들에게 테크닉을 최대한 많이 가르쳐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한국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핸드볼 관계자들은 “선수 개개인의 기량은 우리가 유럽 팀보다 낫지만 체력에서 밀리고 최근에 스피드와 속공 등 체력에서도 유럽 팀이 도약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강철 체력’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태릉선수촌=글·사진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