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머니 유럽행 러시… 사업투자 ‘큰 손’ 등장
입력 2013-11-18 17:56
자금력을 가진 중국인들이 영국 등 유럽으로 몰려가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불황 탈출에 외국자금 수혈이 필요한 유럽 각국은 시민권 부여나 세금 면제 등 혜택을 앞세워 구애를 벌이고 있다.
영국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중국인 투자자에게 발급한 사업비자는 116건으로 1년 전보다 2배 넘게 늘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업비자를 받은 외국인은 영국에서 정식 사업을 벌일 수 있다. 영국 경제에 기여한 바가 크면 시민권을 따는 데도 유리하다. 영국에서 3년간 정규직 일자리를 10개 이상 만들어 내거나 500만 파운드(약 53억원) 이상 수익을 창출하면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다.
FT가 인용한 국제 법률회사 핀센트 매이슨의 자료에서 미국인 투자자가 같은 기간 영국에서 받은 사업비자는 127건이다. 중국보다 많지만 전년 대비 증가율은 13%로 중국의 8분의 1 정도다.
이 속도라면 사업차 영국으로 몰려오는 중국인 수는 조만간 미국인을 앞지를 가능성이 크다. 중국인이 영국에서 갖는 사업 영향력이 더욱 강해진다는 뜻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다음 달 초 중국을 방문해 영국 투자를 권유할 계획이다.
핀센트 매이슨의 기업이민 책임자 질 터너는 “야망과 재능이 있는 중국 기업인들이 영국으로 몰려오고 있다”며 “영국 경제가 매년 3% 이상 성장하면서 사업비자 인기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올해 6월 영국에서 외국인에게 발급된 사업비자는 모두 973건으로 전년(520건)보다 87% 늘었다. 2년 전(293건)과 비교하면 3배가 넘는다. 영국 사업비자 제도는 2008년 도입됐다.
중국 등지에서 몰려오는 사업자금은 영국 경제에 활력소다. 영국에서 사업비자를 신청하려면 사업에 쓸 돈을 20만 파운드 이상 갖고 있어야 한다. 영국 재정청에 등록된 벤처기업에 투자한다면 5만 파운드면 된다. 어느 경우든 영국 은행에는 별도로 3100파운드 이상 넣어둬야 한다.
중국인 재력가들은 스페인 그리스 포르투갈 등 남유럽 국가로도 몰려가고 있다. 재정위기를 겪는 이들 국가는 외국인이 자국 관광지나 휴양지에 일정 금액 이상 투자하면 비자를 준다. 일명 ‘골든비자(golden visa)’다. 포르투갈은 외국인이 다른 나라에서 번 돈으로 자국 내 펜션을 사서 살면 세금까지 면제해준다.
중국 청두(成都) 출신 에드워드 후(33)는 “포르투갈 휴양지 알가르베 해변의 집을 56만 유로에 샀다”며 “내 자산을 안전하게 투자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매년 일주일 이상 포르투갈에서 생활하면 6년 뒤 시민권을 딸 수 있다.
유럽 기업들은 채권 발행을 대폭 늘렸다. 은행이 제 기능을 못하자 시장에서 직접 자금을 끌어오는 것이다. 유럽 내 전체 회사채 발행 규모는 올해 616억 유로로 2009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고 FT가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을 인용해 보도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