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첫 시정연설] ‘빅딜’ 고개 저은 민주… 꽉 막힌 정국 해법 안 보인다

입력 2013-11-18 17:52 수정 2013-11-19 01:12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계기로 새누리당이 국가정보원 개혁특별위원회 카드를 전격 제시했지만 민주당이 즉각 거부함에 따라 정국 경색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 7시간반 뒤인 18일 오후 5시30분쯤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이 요구해 온 국정원 개혁특위 설치와 관련해 ‘국회 정상화를 전제로 수용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에 대해선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민주당은 이 제안을 수용하지 않았다. 국정원 개혁특위 설치를 매개로 대치 정국이 풀릴 수도 있다는 일말의 기대감은 사라졌다. 민주당은 이른바 ‘양특’(특검·특위)이 패키지이기 때문에 어느 하나를 떼어놓고 진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양특 문제의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정국 파행은 장기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민생법안·예산안 처리에 쫓긴 여야가 극적으로 타협할 가능성은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

◇새누리당, “수용 안 하면 우리 길 간다”=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물꼬를 터주자 발빠르게 움직였다. 국정원 개혁특위 설치 수용을 시정연설의 후속조치로 내놓으며 ‘국회 정상화’라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국회 정상화란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와 민생법안·예산안의 회기 내 처리 등을 의미하는 것이다. 양특 중 하나인 국정원 개혁특위를 수용하는 대신 민주당의 정국운영 협조를 얻어내는 빅딜을 제안한 셈이다.

민주당의 거부 방침에 새누리당은 격앙된 반응을 나타냈다. 여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이번 제안마저 거부하면 새누리당으로선 선택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번 빅딜 제안이 새누리당의 마이 웨이 행보를 위한 명분 쌓기용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새누리당은 양보했는데 민주당이 거부했다는 여론전 성격도 짙다.

민주당이 계속 비협조로 나올 경우 새누리당은 이번주 중 황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단독 처리할 방침이다. 또 민생법안과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는 상황에 대비해 민주당을 ‘민생파탄 정당’으로 몰아갈 계획이다.

◇민주당, 일단 거부했지만 논의 여지=민주당은 양특 입장을 고수하며 다시 공을 청와대·여당으로 넘겼다. 특검과 특위는 ‘한묶음’이기 때문에 새누리당이 특위만 수용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는 브리핑에서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진상규명이 있어야 한다”며 “(양특이) 동시에 논의돼야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특검이 수용되지 않아 국정원 대선개입 등에 대한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데 국회 특위에서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민병두 전략홍보본부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최근 야당이 제기한 현안에 대해 존중하겠다’고 했는데 야당이 제기한 것은 양특”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야권이 출범시킨 ‘범야권 연석회의’도 민주당이 특검에서 물러설 수 없는 배경이 되고 있다. 민주당은 무소속 안철수 의원, 정의당, 시민사회와 함께 지난 12일 특검 도입을 요구하는 연석회의를 출범시켰다. 불과 1주일도 안돼 특검 요구를 접을 경우 야권 지지자들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공들여 만들어 놓은 안 의원·정의당과의 연결고리도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민주당은 대정부 질문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특검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할 계획이다. 특검을 얻어내기 위해 새해 예산안과 연계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새누리당과 논의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타협안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치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하윤해 임성수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