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공기청정기’ 개발 현장… 중국발 초미세먼지와 전쟁 중

입력 2013-11-18 17:42 수정 2013-11-18 15:27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CE) 에어컨개발그룹 개발자들은 요즘 ‘보이지 않는 것’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미세먼지와의 전쟁이다. 최근 중국발 스모그로 인한 미세먼지 발생이 빈번해져 개발자들은 더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18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만난 개발자 최원 수석은 “0.3㎛(1000분의 1㎜) 크기의 입자를 걸러내는 것을 기준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초미세먼지 기준인 PM2.5(입자 크기 2.5㎛)보다도 10배 가까이 높은 기준으로 공기 청정 기능을 개발하는 것이다. 현재 국내 미세먼지 측정 기준은 PM10(입자 크기 10㎛)이며 2015년 1월 1일부로 PM2.5로 강화한다.

개발실 곳곳에는 이미 출시된 공기청정기 여러 대가 작동되고 있었다. 계속 성능 테스트를 하면서 개선점을 찾아나가는 중이다. 새 제품 개발을 위한 장치들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구체적인 설명은 자제했다. 연구 규모, 참여 인원 등 거의 모든 것은 비공개였다. 경쟁 업체들의 모방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시중에 공기청정 기능이 있다고 선전하는 제품이 범람하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파동 이후 시중에는 ‘가습기’라는 이름의 제품이 사라졌다. 대신 ‘에어워셔’라는 제품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기존 가습기는 물을 초음파로 기화시키는 방식이었다. 저렴하지만 분해된 물 입자가 커서 공기 중의 세균이 붙는 단점이 있다. 최근 나오는 ‘에어워셔’는 자연기화식으로 물을 자연적으로 기화시킨 뒤 외부로 내보낸다. 물분자가 매우 작아 세균이 달라붙지 않는데 일부 업체들은 이를 두고 공기청정 기능이 있다고 내세우고 있다.

현재 가습기, 공기청정기와 관련한 인증은 한국공기청정협회에서 한다. 시중에 판매되는 에어워셔 제품은 대부분 가습 성능을 인증하는 HH인증을 받은 제품이다. 공기청정 기능을 인정한 CA인증을 받은 에어워셔는 없다. 때문에 일부 에어워셔 제조업체들은 인증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최 수석은 “공기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보는 소비자에게 혼동을 줘서는 안 된다”면서 “삼성전자 자연공기청정기(제품명 AC-36PHSAWK)은 HH인증과 CA인증을 모두 받은 제품”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공기청정기 제품은 낮은 가격에 소형화와 저소음으로 발전할 것으로 봤다. 최 수석은 “초미세먼지와 유해가스 제거율을 향상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소음을 줄이고, 같은 소음이라도 듣기 좋게 만드는 것도 숙제”라고 했다. 또 “저렴하면서 필터 교환 등도 쉽게 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자연공기청정기는 심각한 대기오염을 겪는 중국 시장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승현 CE부문 전략마케팅팀 과장은 “중국에서 지난해보다 4배 정도 판매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수원=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